치주질환이란 말 그대로 치아 주변에 생기는 질환이다. 잇몸질환, 풍치라고도 불린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염증이 잇몸에 국한된 경우 치은염이라 하고, 병증이 치조골(잇몸뼈)에 까지 번져 있으면 치주염이라 부른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치주질환이 본래 뜻처럼 단순히 치아주변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치주질환은 그 자체로도 간단한 질환이 아니다. 막상 증세가 나타나면 몹시도 괴롭고 골치아픈 질환이다. 과거엔 그게 전부인줄 알았다. 치의학이 인식하는 범위는 단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현대 치의학에서는 그 한계선이 무너진지 오래다. 치주질환이 뇌졸중, 당뇨병, 심장병, 폐질환, 조산은 물론 치매까지 유발한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된 것이다.
미국 뉴욕대(NYU) 덴탈 연구팀은 최근 치주질환이 뇌염증과 알츠하이머 질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장기간의 실험을 거쳐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치아위생학회(ADHA)는 일찍이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혈관을 타고 온몸 속을 돌아다니며 각종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정도면 치주질환은 이제 그 이름을 그대로 쓰기가 머쓱해진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마저 든다. 단지 치아 주변에 머무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 널리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치주질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미미하기 짝이 없어 안타깝다.
치주질환을 생기게 하는 원인은 플라크와 치석이다. 플라크는 끈적끈적한 세균성 침착물로서 무색이다. 이 것이 제때에 제거되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 등과 만나 굳어지면 누런빛의 단단한 치석이 된다. 플라크와 치석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치조골이 녹아내린다. 치조골은 한번 녹아내리면 회복되기 어렵다.
치주질환은 웬만큼 증세가 악화될 때까지도 당사자가 질환이 생겼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치아에 이상 기미가 느껴지면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일단 잇몸이 빨갛게 붓고 칫솔질할 때 피가 자주 난다면 치주질환을 의심하고 치과부터 찾아가는게 좋다. 만약 구취가 심하고 잇몸에서 고름이 난다든가, 치아가 심하게 흔들린다면 병이 치주염 단계까지 진행됐다고 의심하는게 옳다. 병이 치주염까지 진행됐다면 치료도 한층 복잡해진다. 잇몸수술로도 모자라 뼈 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치주질환이 발병 후에도 제대로 인지되지 않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질환은 웬만큼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통증이 있다 없다를 반복한다. 이러다 보니 당사자는 통증이 사라지면 아무 일 없는 것으로 느끼기 쉽다. 하지만 이전에 통증이 있던 기간중 잇몸이나 잇몸뼈에선 염증이 이미 그 범위를 한단계 넓혔을 가능성이 크다.
치주질환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일상 생활 속에서 플라크를 열심히 제거해주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생활습관으로 인해 플라크가 생기기 쉬운 사람이 따로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치열이 고르지 못한 사람, 칫솔질을 자주 안하는 사람, 칫솔질이 꼼꼼하지 못한 사람, 입으로 숨쉬는 습관이 있는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평소 치아관리를 열심히 하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음으로써 치석을 제거하는게 치주질환을 미연에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치주질환에 있어서, 누누이 강조되는 조기치료가 중책이라면 예방은 상책이다.
■글: 치의학 박사 신일영(예쁜사람치과그룹(구 예다움치과・명동예치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