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형 비만기준, 아시아인에 맞게 바꿔야 서울의대 유근영ㆍ강대희 교수팀 NEJM에 논문
보통 체질량지수(BMI)가 23~25 이상이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돼 건강에 좋지 않다는 권고를 받지만 한국인의 경우 BMI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다는 대규모 역학조사(코호트)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이에 따라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과체중과 비만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ㆍ강대희ㆍ박수경 교수팀은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Asia Cohort Consortium, 공동의장 강대희)’을 구성해 한국인 2만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114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5년부터 평균 9.2년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코호트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7개국이 참여했다.
연구논문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의 사망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유럽이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근거한 게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인에게는 서구형 비만기준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만도를 평가하는 데 잣대가 되는 체질량지수(BMI)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비만기준으로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비만의 기준은 현재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데 아시아에서는 과체중이 25 이상, 비만이 30 이상이다.
대한비만학회의 경우는 이보다 더 염격해 체질량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를 넘으면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아시아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BMI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다. 이는 기존 기준치로 볼 때 비만에 해당하는 BMI 지수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실제 사망 위험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에 BMI가 35 이상으로 초고도 비만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사망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1.5배 높았다.
이런 분석이 나온 것은 그동안 비만과 사망 위험의 상관성 분석에 인종 간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유근영 교수는 “비만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서구형 암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할 때 그 기준치는 새롭게 정해져야 한다”면서 “특히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은 비만한데도 사망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히려 극심한 저체중과 사망의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근거로 연구팀은 비만지수가 15 이하로 극심한 저체중의 경우 사망 확률이 체질량지수 22.6~25.0인 사람들에 비해 2.8배나 높았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강대희 교수는 “최근 비만에 대한 논의가 상업적 측면과 과도하게 연계되면서 인종별 특성을 고려한 코호트 연구조차 없이 비만기준이 정립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국내 비만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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