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재난, 시민의 역할 위험사회 너머의 길을 찾다

경계 없는 재난, 시민의 역할 위험사회 너머의 길을 찾다

박록삼 기자
입력 2015-03-17 18:00
수정 2015-03-1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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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 추모 학술대회… ‘위험사회’ 울림은 계속된다

울리히 베크(1944~2015) 전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위험사회론’을 제기하며,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한 사회학자다. 지난 1월 1일 타계한 뒤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그의 추모 학술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강조했던 현대사회의 위험은 개별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화되고, 계급을 초월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등 위험사회론이 공적인 비판과 과학적 탐구의 주제가 됨에 따라 사회적·정치적 논쟁에서 중요성이 더욱 절실히 인식됐기 때문이다. 위험사회론은 단순히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실천 과제를 수반하고 있어 그의 타계 후에도 이론의 울림은 크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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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베크 전 독일 뮌헨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울리히 베크 전 독일 뮌헨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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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울리히 베크 교수 추모행사에서 박원순(오른쪽 두 번째)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울리히 베크 교수 추모행사에서 박원순(오른쪽 두 번째)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계급·국경 초월한 근본적 실천과제 요구

특히 한국사회에서 울리히 베크를 호출하는 방식은 특수하다. 더 대중적이고, 더 실천적이고, 더 교훈적이다.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개개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상황 속에서 국가의 역할, 사회적 태도 등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성찰이 커진 탓이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리히 베크 추모행사 ‘위험사회를 넘어서’, 그리고 ‘위험사회 도전과 동아시아 미래’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회의는 이를 여실히 보여 줬다. 박원순 서울시장,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명진 스님 등 참석자들의 면면에서 단순한 추모 또는 학술적 접근을 넘어 위험사회를 극복할 실천적 과제에 대한 지방정부,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등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위험사회 연구에 있어 울리히 베크의 학문적 동료였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서 주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울리히 베크의 해방적 파국과 동아시아의 초국적 연대’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진, 원전 사고, 기후변화 등 위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민들은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일수록 국제적 협력과 함께 정부의 위험 관리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위험사회 대응을 위해 시민과 정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에 대한 간접적인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지진·원전 등 전 지구적 재난 속 정부의 위험 관리 필요”

새바인 셀초 런던 정경대 교수는 울리히 베크가 강조했던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cosmopolitized world)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는 지구적 위험을 어떻게 시민참여적으로 협치할 것인가의 방법론적 문제”라면서 “위험에 대한 협치는 전지구적 위험 거버넌스 운동과 함께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쩡루 중국 칭화대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2억명이 넘게 보며 중국 정부로부터 접속 차단 사태를 불러온, 중국 스모그 실태 비판 다큐 ‘돔 아래에서’를 통해 중국의 시각으로 본 위험 협치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베크, 생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에 경고

울리히 베크는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을 ‘조직화된 무책임의 전형’으로 규정하면서 재난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시민참여의 필요성과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그와 생방송으로 공개 대화를 나누며 지구화(global)되고 지역화(local)된 위험사회 속 지역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토론했고,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 싸여 있는 당사자로서 희망과 위로를 건네받았다. 또 이날 추모행사를 불교식으로 집전한 명진 스님은 2008년 봉은사 주지 시절 한국을 처음 방문한 울리히 베크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불당에서 함께 법회를 가진 뒤 ‘불자가 아니면서도 가장 불교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이’로 높게 평하며 ‘무애거사’(無碍居士·걸림돌이 없는 자유인)라는 호를 주는 등 그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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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03-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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