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을 지나온 사람이면 안다. 그 시절 친구 없는 방학이 얼마나 아득한지를. 친한 친구가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그 시절의 생리다.
책은 얼마 전 출간된 아릿한 첫사랑 이야기 ‘열세 살의 여름’(창비)의 미국 버전쯤 될까 싶은데, ‘사랑’이 없어 더 쿨하다. 캠프에서 여자친구를 사귀어 돌아온 오스틴에게 비나가 하는 말은 “난 남자친구 필요 없어. 그냥 밴드가 하고 싶어”다. 오스틴의 누나 찰리와의 다툼 후 의기소침한 비나에게 오스틴이 하는 말도 어른스럽다. “가설들 세우는 건 그만두자. 네 자신한테 칭찬 좀 해줘. 누나가 너랑 어울리고 싶었던 이유는 널 좋아해서야.”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를 띠는 ‘그래픽 노블’인데 그래서인지 확실히 활자량이 많다. 쏟아지는 정보량이 읽기 버겁기도 하지만, 그 시절은 인생에서 제일 말이 많은 시절이니까. 두 친구의 반짝이는 우정이 부럽고, 편견 없이 반짝이는 열세 살이 부러운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9-06 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