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1.4㎏의 뇌’에서 답을 구하다

인류의 미래, ‘1.4㎏의 뇌’에서 답을 구하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7-03-17 22:50
수정 2017-03-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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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김대식 지음/21세기북스/348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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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이 익숙하다.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펼쳐질 때마다 등장했던 바로 그이다. 책은 뇌과학자인 저자가 인문학 아카데미인 ‘건명원’에서 한 강의 내용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다. 창조적이면서 파괴적이고, 복잡한 듯하면서도 단순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예로 들자. 대략 5000년 전 바빌로니아에서 전해왔다는 이야기의 결론은 뜻밖에 단순하다. ‘누구나 다 죽으니 놀고 먹고 즐기며 의미 있는 현재를 보내라’이다. 뇌도 비슷하다. 뇌는 대단한 진화의 과정을 겪었다. 점점 커지는 뇌 용량을 해결하기 위해 뇌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기도 하고, 그도 모자라 뇌를 구기기도 하고, 지금처럼 구겨진 뇌를 겹치고 또 겹치기도 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진화해 왔지만, 명망가조차 운전하다 느닷없이 욕을 내뱉는 단순하고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왜?

뇌는 대체로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맨 아래층은 도마뱀도 갖고 있는 뇌다. 주로 먹고살기 위해 기능한다. 이후 해마 같은 기관이 생겼다. 여기에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해 둔다. 어지간한 포유류라면 여기까지는 갖고 있다. 인간은 하나가 더 있다. 피질이다. 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번에 7~9개의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전하다 보면 기어를 넣고 음악을 듣는 등 9개가 넘는 일을 해야 한다. 용량 허용치를 벗어나다 보니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책은 과학을 말하고 있지만 다분히 사유적이고 철학적이다. 저자는 특히 존재의 의미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들을 많이 건넨다.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처럼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를 과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예컨대 이런 거다. 당신과 난 ‘과학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 유전자를 통해 내가 자손 대대로 전승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플까 봐서라면 차라리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한데 자아의 영원한 소멸 때문이라면 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다. 139억년에 달한다는 우주의 역사 중 99.999…%에서 당신과 나의 존재는 없었다. 내가 없을 때도 우주는 잘 돌아갔고, 설령 내가 100년을 살다 간다 해도 잘 돌아갈 것이다. 우주에서 나를 더하거나 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책은 논지를 이어 간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7-03-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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