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시대, 정말 ‘조선의 황금기’였나

정조 시대, 정말 ‘조선의 황금기’였나

김성호 기자
입력 2015-03-28 00:30
수정 2015-03-2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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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지식의 풍경/배우성 지음/돌베개/440쪽/2만원

18세기 무렵 제22대 정조대왕 재위기는 경제·문화적으로 절정을 구가한 ‘조선의 황금기’로 불린다. 봉건 질서의 해체 움직임, 그리고 청나라 문물을 도입하자는 개혁적 주장과 실학이란 새 조류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텄다는 것도 그런 평가를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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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지식의 풍경’은 황금기라는 정조대왕기 중심의 조선 후기를 조금 다르게 평가해 눈길을 끈다. 그 다른 평가의 잣대는 바로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지식의 유통구조다. 그 시기 독서나 글쓰기 행태며 지식 유통을 현대 기준에 맞춰 바라본 탓에 황금기로 자리매김됐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책을 쓴다는 건 지금처럼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상정한 행위가 아니었다. 유통도 민간이 아닌 국가가 독점했다. 그런 경직된 사회에서 책을 통한 지식의 유통·공유가 이뤄지고 다양한 사상·문화가 공존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인쇄술 발달로 인한 지식의 급속한 확산이라는 유럽적 현상을 그대로 대입한 선입견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당대 지식인들이 생각한 지식을 지금 생각하는 것과 동격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결국 ‘조선 후기=황금기’론은 식민사관을 넘어서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던 20세기 한국의 민족주의 사학과 억압적 정치체제를 비판하고 극복해야 했던 민중사학 모두가 조선 후기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생겨난 인식인 셈이다. 저자는 그 시대에도 당대 유럽과는 달랐을지 몰라도 분명히 책은 읽히고 쓰였으며 책을 통해 지식이 공유됐다고 말한다. 독서나 글쓰기, 지식 공유를 둘러싼 힘의 구조가 일제강점기를 거쳐 변형, 재구성됐고 오늘날 한국 지성계와 특별한 방식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다만 그 평가는 현재를 과거에 비춰 보는 게 아니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를 묘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못 박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5-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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