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어느날 선물처럼 찾아온 가슴 속 바람 한 줄기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어느날 선물처럼 찾아온 가슴 속 바람 한 줄기

입력 2014-09-06 00:00
수정 2014-09-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감정종합선물세트/김리리 지음/나오미양 그림/문학동네/196쪽/1만 1000원

이미지 확대
단비는 침대에 엎드려 갓 튀긴 팝콘을 한주먹씩 입에 털어 넣으며 만화를 보는 중이다. 한참 신나게 웃고 있는데 ‘띵동’하고 초인종이 울린다. 단비를 찾아온 것은 작은 상자 한 개. ‘태양초등학교 5학년 정단비’라고 적혔지만 보낸 사람 이름은 없다. 대신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감정종합선물세트. 이 상자를 여는 순간 당신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단비는 조심스럽게 빨간 리본을 잡아당겼다. 리본이 스르르 풀리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나왔다. 단비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요동치더니 잔잔해지고, 행복한 것 같다가 가슴속에 뜨거운 기운이 차올라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단비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상자를 던져 버리고 다시 만화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만화책이 너무 시시하고 유치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단비에게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말을 건다. ‘넌 이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거야. 나를 선물이라고 부르면 돼.’

단비는 금세 ‘선물’과 친해졌다.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 가족들에게 보기 좋게 화를 내고, 매직파마로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갖게 되고, 멋진 코트와 미니스커트를 사입고, 점 찍어 두었던 민기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책읽기의 재미를 알게 된 것도 선물 덕분이었다. 단비는 선물의 충고대로 밸런타인데이에 민기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사물함에 넣어둔 카드가 떨어지는 바람에 아이들의 놀림만 받게 된다. 단비는 선물이 원망스러웠다. 주말 내내 끙끙 앓고 학교에 간 단비는 문고에서 ‘어린 왕자’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책 좋지? 나도 좋아하는 책이야.” 민기였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동화작가 김리리의 단편집에는 가슴속에 어떤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시기의 아이들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이들의 온몸을 통과하는 그 바람은 어떤 색일까. 초등 고학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4-09-06 17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