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 10조개… 생활 속 미생물 신비

사람 몸에 10조개… 생활 속 미생물 신비

입력 2014-01-18 00:00
수정 2014-01-1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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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작은, 한없이 위대한/존 L 잉그럼 지음

김지원 옮김/이케이북/448쪽/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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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익는다는 것, 그러니까 ‘발효’란 미생물의 대사작용에 의한 결과다.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김치에 함유된 유기 영양분을 소비하고 그에 따른 다량의 결과물을 쌓아 둔 게 ‘발효’다. 우리가 즐겨 먹는 홍어, 치즈 등도 비슷하다. 메커니즘의 차이는 있을망정 ‘익어 가는’ 전 과정에 미생물이 끊임없이 관여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 ‘사람이 볼 수 있는 0.1㎜보다 작은 유기체’를 편의상 미생물이라 분류할 뿐 종다양성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음식은 미생물의 수많은 거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금 당신의 몸에도 10조에서 100조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아간다. ‘한없이 작은, 한없이 위대한’은 이처럼 나와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한의 여건에서도 살아가는 미생물들을 우리 생활과 밀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미생물은 지구의 실질적인 지배자다. 30억년 전 ‘산소혁명’을 일으킨 이후 여태 지구의 생명체계를 떠받치고 있다. 그에 견주자면 겨우 몇백만년 전에 모습을 드러낸 인류는 새발의 피도 못 된다. 인간은 늘 미생물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따지고 보면 인간 또한 수많은 미생물들이 모여 이뤄진 생명체 아닌가. 가끔은 독성을 가진 미생물 때문에 질병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미생물 가운데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차지하는 비율은 인간 가운데 1급 살인자가 차지하는 비율보다 훨씬 낮다.

저자는 미생물의 이해(利害)에 대한 판단을 내려 주는 대신 미생물을 탐구하고 관찰하며 생각할 여지를 준다. 바다생선이 비린내를 풍기는 이유, 날달걀이 몇 달간 상하지 않는 비밀, 소가 풀이나 건초만 먹고도 몸을 유지하고 살이 찌는 비결, 방귀의 원리 등 미생물이 개입한 일상적인 현상들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미생물을 넘어 지구의 신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도서관협회가 ‘2010년 우수 인문서’로 선정한 책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0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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