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혁파 원로가 말하는 교육의 미래
중국 지도자들은 퇴임 이후 책을 펴내는 전통이 있다. 개인이 아닌 당 중앙이 주관하며, 책값은 일반 서적보다 50~100%가량 비싸다. 주로 임기 중 내놓은 발언 등으로 구성돼 저작권료의 상당 부분이 개인에게 돌아간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경우 ‘마오쩌둥선집(選集)’, ‘마오쩌둥문선(文選)’, ‘마오쩌둥시사(詩詞)’ 등 관련 저서가 있으며, 1976년 9월 마오 사망 당시 그가 받은 저작권료 누계는 총 124만 위안(약 2억 1700만원)으로 전해진다.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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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995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교육과 관련된 그의 담화, 보고서, 편지 등을 모아 엮은 것이다.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금융위기 등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학교를 찾아 사건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롭게 나눈 대화 내용들도 수록되어 있다.
책을 펴낸 인민출판사 황수위안(黃書元) 사장은 주제를 교육으로 정한 것은 원 전 총리가 재임 기간 교육에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 국민 의무교육(9년) 제도를 완성했고, 2012년까지 교육 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높이는 등 성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원 전 총리의 할아버지가 톈진(天津)에서 초등학교를 개설한 적이 있고 베이징사범대 출신인 그의 부친도 오랜 세월 교편을 잡는 등 교육자 집안 출신으로 교육에 강한 애착이 있는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공개한 공산당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그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상하이강화실록(上海講話實錄)’에 이어 책을 낸 것은 개혁파 원로로서 개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다만 주 전 총리의 책은 상하이 시장 재직 시절 도시 건설 경험을 담은 내용들이 상당수 담겨 있어 새 정부의 경제성장 엔진인 ‘신형 도시화’를 계획하는 데 귀감이 될 만한 데 비해 원 전 총리의 책은 개혁과도 무관해 다소 평범하다는 평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11-23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