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운은 그가 일찍이 청자병과 주사백이 백자를 묻었노라고 하던 그 움퍽한 흙구덩이 위에 두 눈이 허옇게 뒤집힌 채 자빠져 누워 있는 것이었다.
“석운!”
그는 대답이 없고 곁에 서 있는 감나무에서 붉게 물들은 감잎이 가만히 내려와 땅 위에 깔릴 뿐이었다.’
그간 김동리(1913~1995) 전집에서 누락됐던 단편 ‘청자’가 계간 ‘연인’(연인M&B 펴냄)을 통해 공개됐다. 1955년 잡지 신태양 2월호에 실렸던 것으로, 공연예술자료연구사인 김종욱씨가 찾아냈다. ‘청자’는 A출판사의 편집위원인 ‘나’가 화실을 운영하는 서양화가 석운과 이웃이 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나’는 서예와 도자기를 공통분모로 석운과 교분을 나누며 그가 끔찍이도 아끼는 청자를 손에 넣게 된 내력을 듣게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터지고 석운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온 사이 그가 서울 자택 뒤뜰에 묻어뒀던 청자가 사라져버린다. 몇년 뒤 석운은 그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은 김동리가 추구한 제3휴머니즘으로 주목받았던 ‘등신불’, ‘무녀’ 등의 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을 보인다”며 “‘청자’로 대표되는 문화적 가치가 해방·한국전쟁의 역사가 가져온 정치·경제적인 폭력을 통해 어떻게 파괴되는지 보여준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석운!”
그는 대답이 없고 곁에 서 있는 감나무에서 붉게 물들은 감잎이 가만히 내려와 땅 위에 깔릴 뿐이었다.’
그간 김동리(1913~1995) 전집에서 누락됐던 단편 ‘청자’가 계간 ‘연인’(연인M&B 펴냄)을 통해 공개됐다. 1955년 잡지 신태양 2월호에 실렸던 것으로, 공연예술자료연구사인 김종욱씨가 찾아냈다. ‘청자’는 A출판사의 편집위원인 ‘나’가 화실을 운영하는 서양화가 석운과 이웃이 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나’는 서예와 도자기를 공통분모로 석운과 교분을 나누며 그가 끔찍이도 아끼는 청자를 손에 넣게 된 내력을 듣게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터지고 석운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온 사이 그가 서울 자택 뒤뜰에 묻어뒀던 청자가 사라져버린다. 몇년 뒤 석운은 그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은 김동리가 추구한 제3휴머니즘으로 주목받았던 ‘등신불’, ‘무녀’ 등의 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을 보인다”며 “‘청자’로 대표되는 문화적 가치가 해방·한국전쟁의 역사가 가져온 정치·경제적인 폭력을 통해 어떻게 파괴되는지 보여준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6-1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