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의 아이들, 일곱 색깔 희망

일곱 명의 아이들, 일곱 색깔 희망

입력 2012-12-15 00:00
수정 2012-12-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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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윤숙희, 첫 장편동화 ‘5학년 5반 아이들’

천재는 이름과 반대로 머리가 나빠 고민이다. 수정이는 아토피가 콤플렉스다. 준석이는 집이 망한 사실을 다른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걱정이고, 장미는 슈퍼스타가 되는 길이 험난해 어려움을 겪는다.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적인 문장력을 갖춘 윤숙희(47) 작가가 첫 장편동화 ‘5학년 5반 아이들’(푸른책들 펴냄)을 내놨다. 지난 2010년 ‘샘터동화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조나단은 악플러’가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책 속에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듯 5학년 5반 아이들 7명이 어우러진 7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담겨 있다. ‘쟤도 나처럼 고민이 있을까.’하고 묻는 아이들에게 각자의 고민을 살짝 들려주는 것이다. 7편의 동화를 통해 아이들은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역지사지’뜻에 담긴 상대적 진실인 셈이다.

이름과 반대로 아이큐가 79에 불과한 순두붓집 식당 아들 천재는 아이큐 148의 한영이가 부럽기만 하다. 아예 한영이가 복용하던 노란 알약까지 얻어 먹는다. 약을 삼키자마자 뿌연 안갯속에 갇힌 것 같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밝아지고, 갑자기 머리가 좋아졌다는 착각에 빠진다. 급기야 한영 집에서 노란 알약통을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노란 알약은 한영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완화시키기 위한 치료제다.

한영도 고민이 많다. 한순간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시험 볼 때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시험 보러 집을 나서는 한영에게 의사인 아버지는 다른 때와 달리 노란 알약을 두 개나 내민다. 한영은 노란 알약의 씁쓰레한 맛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지렁이가 넘어 가는 것 같아 께름칙하다.

학급 회장인 준석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이 망해 22층 아파트에서 허름한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간다.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늘 불안하다. 회장 당선 턱을 내라는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때는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준석을 짝사랑하는 수정은 온몸에 돋아난 아토피 때문에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한다. 이때 수정이를 도와주는 친구는 다름 아닌 준석이다.

책은 부족한 것에 집착하기보다 각자 잘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외면하거나 미뤄 고민의 무게를 늘리는 대신 고민을 성장 디딤돌로 삼도록 한다.

작가는 “작품을 쓰기 전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봤다.”면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라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2-12-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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