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재를 찾습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재를 찾습니다”

입력 2010-10-02 00:00
수정 2010-10-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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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핀】세스 고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마흔 이후에도 회사가 붙잡는 인재들의 36가지 비밀】기노시타 미치타 지음 명진출판 펴냄

해외 어학연수는 기본에다 이력서에 줄줄이 써넣을 자격증 섭렵에 바쁜 취업 준비생들과 없는 시간 쪼개서 영어학원 등을 전전하는 직장인들에게 미안한 소리다. 소위 ‘스펙 쌓기’라 불리는 ‘동분서주’식 자기개발이 어쩌면 조만간 ‘약발’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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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만 보더라도 변화는 감지된다. 기업의 채용 관계자들은 최근 조사에서 해외 어학연수 경험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저 1~2년 ‘외국물’ 좀 먹고 온다 해서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들 다 하니까.”라는 불안감에 쌓여 ‘피리 부는 사나이에 끌려 가는 쥐 떼’ 마냥 관성적으로 돈과 시간, 노력을 허비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하면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됐기에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제 멈춰 서서 새롭게 숨을 골라야 할 때다. 왜냐하면 차별화 없는 스펙 쌓기는 당신을 언제든 누구와도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로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직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근 나온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먼저 마케팅 서적 ‘보라빛 소가 온다’로 바람을 일으킨 세스 고딘의 새 책 ‘린치핀’(Linchpin·21세기북스 펴냄). 평범한 인재를 가르키는 ‘톱니바퀴’에 대항해 그는 ‘린치핀’이란 개념을 꺼내 들었다. 사전적 의미는 1. 마차나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 2. 핵심, 구심점, 요체다. 저자는 여기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 핵심인재”라는 의미 하나를 더 보탰다.

‘린치핀’의 예가 될 수 있는 사람들로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등을 꼽는다. 천재들만 골랐다며 미리 언짢아 하지 말길. 그는 “누구나 다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아니 “그 전에 당신도 천재가 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한다. 틀에 짜여진 배움과 업무를 강요하는 시스템이 당신을 평범한 ‘누구나’로 만들었다. 학교, 회사, 조직을 그가 ‘공장’으로 부르는 까닭이다.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에 세뇌 당하지 마라. 우리 안에 잠든 린치핀의 재능을 깨워야 한다.”

어떻게 깨울까. ‘감정노동’을 주문한다. 컴퓨터, 아이폰과의 머리싸움에서 이길 인간은 없다. 똑똑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일터에서 웃음과 놀라움을 주고 솔선하며 창조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미국 저가항공 업체인 제트블루의 예를 들며 최근 더 많은 기업들이 감정노동가들을 채용하여 보상한다고 강조한다. 감정노동가들은 따뜻한 관계 맺기를 중시해 피땀 어린 노력의 산물도 기꺼이 나눈다. 우리가 아는 웬만한 CEO들은 먼저 베풀고 그 이상을 받아 성공한 인물들이다.

여기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10년차 직장인들에게 후배의 가장 큰 단점을 물었다. 대다수가 “개인중심적 행동”을 들었다. 주변에 널린 독불장군식 똑똑이들은 ‘톱니바퀴’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이 될 것인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마흔 이후에도 회사가 붙잡는 인재들의 36가지 비밀’(기노시타 미치타 지음, 김정화 옮김, 명진출판 펴냄)은 식상한 제목과 달리 ‘막가파식 조언’이 박혀 있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회의만큼 비생산적인 것이 없다며 “정례회의에 정기적으로 빠져라.”라는 둥 전날 폭음했다면 숙취에 절어 일찍 나올 생각 말고 “적당한 핑계를 대고 출근을 늦추라.”는 둥 대놓고 “가끔은 불량사원이 되라.”고 한다. 잘하면 직장에서 내쫓기기 딱 십상인 조언들이다. 어쩌자고 이런 소리를 해댈까.

저자는 일본 유아용품 업계 1위 기업인 콤비의 전무를 지냈다. 2005년 창업 이래 첫 적자의 쓴맛을 본 회사를 1년 만에 V자로 회복시켜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통하는 인물이다. ‘사표를 쓰게 하는 방법’으로 젊은 인재를 길러내 화제를 일으켰던, 그의 경험에서 나온 통찰이 곳곳에 번뜩인다.

그의 말은 적당히 눈치나 살피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독립적인 직장인이 되라는 충고다. 진짜 일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약속을 앞두고 그토록 퍼마시겠느냐고 반문했다.

애플의 혁신을 놓고 우리의 기업 문화와 한창 비교가 됐었다. 수직적인 구조에서 결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창의력을 외치지만 우리의 학교와 기업들은 여전히 ‘공장’ 수준이다. 두 권의 책은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뿐 아니라 경영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더 크다. 각 1만 5000원, 1만 1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0-10-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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