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명 부흥’ 이끈다
“동아시아 출판·독서 공동체는 사실 근대 이전에 존재했다고 봅니다. 예전에 같은 한자 문화권 아래서 같은 책을 읽지 않았습니까.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중국, 일본뿐 아니라 베트남까지도 전해졌습니다. 이 운동은 100년 동안 단절됐던 문화 공동체를 복구하자는 취지입니다.”“서양문명에 억눌려온 동양문명의 부흥과 인문학 위기 타개”에 뜻을 모은 5개국의 인문학 출판사들은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결성했고, 2005년 일본 도쿄에서 첫 회의를 가진 이래 6년간 한해 두 차례씩 만나 토론을 가져왔다. 인문서 100권은 지난해 10월 전주에서 열린 제9회 총회에서 선정됐다.
선정된 책들은 1950년 이전 출간된 인문 서적 가운데 학술가치가 높았으나 상호 번역이 어려웠던 책을 위주로 선정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각 26권씩, 타이완과 홍콩에서 각각 15권, 7권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김윤식)’ ‘뜻으로 본 한국역사(함석헌)’ ‘흔들리는 분단체제(백낙청)’ 등 한국 인문학 서적과 더불어 중국의 ‘미의 역정’(리쩌허우), 일본의 ‘문화와 양의성(야마구치 마사오)’ 등 역작들이 포함돼 있다. 2012년 상반기에 1차 번역분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먼저 3개 언어로 된 100권에 관한 해제집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이 나왔다.
김 대표는 “동아시아 출판 역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고 강조하고 “출판을 통해 지식을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일은 한국 출판 영역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목록을 보면 거의 대중의 관심과 거리가 멀고, 특히 젊은이들이 어려워할 만한 책이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100권 출판을 넘어서 이 책들이 어떻게 읽힐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학, 언론, 기업, 연구소 등과 연계해 책을 읽고 토론하는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중·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100권의 책을 읽고 동아시아 사상과 이론을 학습할 수 있는 ‘동아시아독서대학’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벌써 대학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단 내년에 일본에서 열리는 정례 회의는 일본 메이지대학과 동경외국어대학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 출판사로는 한길사, 돌베개, 사계절, 일조각, 동아시아, 마음산책, 사월의책, 지호 등 9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현재 번역자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5년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번역 작업이 워낙 까다로워 정확한 시점을 말할 수 없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0-09-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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