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학교다】 박원순 지음 검둥소 펴냄
‘평민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말로는 다 ‘전인교육을 하자’고 하지만 사실상 ‘1등 만들기’와 ‘출세’를 지향점을 삼고 있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다. 엘리트를 배출하기도 바쁜 마당에 굳이 평민 교육이라니.하지만 그런 학교가 실제로 있다. 충남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일명 풀무학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 교훈이다. 50년 역사, 대안학교의 원조로 불리는 이 학교는 지역을 떠나버릴 엘리트가 아닌 마을과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원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곳에서는 마을은 학교를 지원하고 학교는 다시 마을 구성원을 배출하는 공동운명체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학교는 마을 구성원 키워내는 곳”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이런 ‘모범 사례’를 들며, 교육은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만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교육은 온 마을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간 ‘마을이 학교다’(검둥소 펴냄)는 그의 신념을 반영한 공동체 교육현장 보고서다. 박 상임이사는 전국 곳곳의 대안교육기관들을 찾아 다녔고, 기관장들은 물론 학생과 주변 마을 주민들까지 꼼꼼히 인터뷰했다. 전작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에서 건강·복지·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던 그가 이번에는 교육에만 역량을 집중한 셈. 박 상임이사가 인식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은 참담하다. 그는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이 그 자리를 채우며 가계 부담을 키웠다.”고 말한다. 교육 현장도 황폐해져 약육강식과 경쟁 논리가 판을 치고, 기러기 아빠가 양산돼 가정마저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교육 모색하는 학교도 소개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새순처럼 솟는 희망이 바로 ‘대안교육’이다. 그는 풀무학교 같은 대안학교만 찾아간 게 아니다. 일반 학교들 중에서도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하며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학교들을 모두 좋은 사례로 소개했다.
한 예가 경기 양평 세월초등학교. ‘마을로 나가는 학교’를 지향하는 이곳은 수업시간마다 기회를 만들어 교사와 학생들이 마을로 나간다. 거기서 마을 역사 쓰기, 영화만들기 등 활동을 벌여 마을과 사람들을 알아 간다.
책은 ‘학교’라는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청소년 교육기관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청춘’ 같은 청소년문화공동체나 지역단위로 있는 주민·어린이도서관이 그런 곳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을 두고 고민하는 집단을 찾아가 한국 교육의 새로운 길도 함께 모색한다. 1만 3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6-2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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