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
아이슬란드에서는 능력있는 전문기술자를 ‘바더맨’이라고 부른다. 뛰어난 기술자들은 대체로 바더 시스템으로 교육받기 때문이다. 바더(Baader)는 생선가공 장비에서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뉴질랜드는 인구가 330만명에 불과하지만, 양은 7000만마리나 키운다. 전기로 작동하는 울타리 업계의 세계적 선두주자인 갤러거(Gallagher)는 이렇듯 목축에 관한 발명품이 나오기 적합한 환경에서 출현했다.
●성공비결과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
이렇듯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틈새시장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며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들이 있다.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히든 챔피언’(헤르만 지몬 지음, 이미옥 옮김, 유필화 감수, 흐름출판 펴냄)은 ‘세계시장을 제패한 숨은 1등 기업의 비밀’이라는 부제처럼 업계를 선도하는 알짜배기 중소기업들의 성공비결과 미래 기업이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를 담은 책이다.
지은이는 마인츠대학 교수를 지내며 전략·마케팅·가격결정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독일의 경영학자이다.1980년대 말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를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러 널리 회자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용어가 우리나라에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경쟁력은 매우 높다는 ‘강소기업(强小企業)’으로 정착됐다.
‘히든 챔피언’은 20년동안 숨어있는 기업의 속내를 파고들어 2000개 기업을 추리고 다시 500개 기업을 선택하여 집중 분석한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이 가운데서도 바더맨와 갤러거, 테크노짐을 비롯해 인터내셔널SOS, 테트라, 화가네스, 란탈, 페츨, 다라뤼, 벨포르, 알박, 오리카, 사피, 아모림, 델로, 벨루가, 니바록스, 게리츠 등 50개 기업을 대표적 히든 챔피언으로 제시한다.“여러분이 아는 회사가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지은이가 큰소리칠 만큼 실제로 생소한 회사들이다.
●유럽식 경영의 진수 맛보게 해
‘히든 챔피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대기업에서 배우는 것이 정답인 양 가르치는 미국식 경영학 이론에서 벗어나 강한 중소기업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유럽식 경영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는 데 있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세상에 알려진 성공 사례나 뛰어난 경영 사례는 대부분 대기업에 관한 것이나 현실에서 경제의 큰 부분은 중소기업들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그럼에도 세계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세계화의 중요한 동력인 숨은 챔피언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시각변화’를 촉구했다. 독일은 인구가 미국의 4분의1, 일본의 3분의2이지만 미국보다 20% 이상, 일본보다 2배 이상 수출하는 이유는 오로지 중소기업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히든 챔피언들은 이른바 경영의 대가들의 가르침이나 한 시대에 유행하는 경영 풍조와는 사뭇 다르게 행동하고, 대기업과도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매우 야심차게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다각화를 기피하고 ▲결연한 자세로 세계로 나아가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많지 않은 자원으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어내고 ▲아웃소싱을 멀리하는 등 마치 옛날 경영방식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나아가 이 같은 히든 챔피언의 원리는 독일이나 유럽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기업에도 똑같이 유효하다고 강조한다.3만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6-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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