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서 ‘물멍’ 시냇물서 ‘첨벙’…자연과 한몸 된 조선 시대 피서

솔숲서 ‘물멍’ 시냇물서 ‘첨벙’…자연과 한몸 된 조선 시대 피서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4-04-25 01:36
수정 2024-04-2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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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서화 36점 소개

이인문·이한철 실감나는 필치
물 속도감·인간 감정 어우러져

김홍도·이명기 합작 ‘서직수 초상’
이건희 기증 ‘임진진찬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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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서화실에 36점의 작품을 새로 선보였다. 왼쪽은 조선 19세기 이한철의 작품 ‘바위에 기대 물을 바라보다’, 오른쪽은 이형록이 그린 ‘고기잡이의 즐거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서화실에 36점의 작품을 새로 선보였다. 왼쪽은 조선 19세기 이한철의 작품 ‘바위에 기대 물을 바라보다’, 오른쪽은 이형록이 그린 ‘고기잡이의 즐거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바위를 벽 삼아 계곡에서 청량하게 굽이치는 물을 멍하니 바라본다. 배를 시원하게 드러낸 채 시냇물에서 큰 고기를 낚아 올린 환희가 화폭 밖에서도 전해진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더위를 미리 식혀 주는 시원한 풍경들을 조선의 서화로 만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최근 그림과 글씨 24건 36점을 새로 선보이며 소개하는 ‘조선의 피서’ 장면들이 먼저 눈길을 끈다.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함께 활동했던 조선 후기 화원 화가 이인문(1745~1824 이후)이 그린 ‘소나무 아래 더위 피하기’에는 계곡물을 옆에 끼고 울창하게 드리운 소나무 아래에서 여유를 한껏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그의 또 다른 그림 ‘소나무 숲 계곡에서의 담소’는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릴 듯, 속도감 넘치는 물의 흐름이 실감 나게 묘사돼 있어 보는 이의 마음속 잡생각도 걷어 내는 듯하다.

부드럽고 투명한 필치, 농담(濃淡)의 표현 등이 뛰어났던 19세기 화원 화가 이한철(1812~1893 이후)의 ‘바위에 기대 물을 바라보다’는 요즘 말로 ‘물멍’(멍하니 물을 바라보는 모습)하는 사람들의 고요한 휴식 시간을 포착했다. 고기를 잡으며 천진하게 기뻐하는 이들을 모습을 담은 ‘고기잡이의 즐거움’도 자연의 품에서 무더위를 달랬던 선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번 서화실 작품 교체 목록 가운데는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이명기(1756~1813 이전)가 얼굴을 그리고 김홍도가 몸체를 그린 합작품 ‘서직수 초상’(보물)도 포함돼 있다. 이혜경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정조 어진(御眞·왕의 초상화) 제작에 참여했을 정도로 초상화 실력이 뛰어났던 두 화가의 기량이 발휘된 작품으로 서 있는 전신 초상화라는 점, 흑백의 강한 대비, 버선발을 드러낸 파격, 서직수가 남긴 평가 등 시선을 끄는 요소가 많아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는 처음 소개되는 7건의 서화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2021년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기증품인 ‘임진진찬도’(壬辰進饌圖)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임진년인 1892년에 열린 고종 즉위 30주년과 41세를 경축하는 궁중 행사를 그린 8폭 병풍으로, 현재 유일하게 전하는 임진진찬도이기도 하다.
2024-04-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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