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작품 참여해 예술가 되고… 체험·소통의 현대미술

관객이 작품 참여해 예술가 되고… 체험·소통의 현대미술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5-07 23:02
수정 2017-05-0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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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현대미술관 ‘이것이 현대미술이다’展 9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최근 들어선 K현대미술관 로비에 거대한 거미집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됐다. 소재는 놀랍게도 투명 테이프다. 도시를 돌면서 테이프를 이용해 장소 특정적 구조물을 만드는 세계적인 예술가그룹 ‘뉴멘/포유즈’의 작품 ‘테이프 서울’이다. 폭 20㎝짜리 3M사의 셀로판테이프 520개를 가지고 열 명이 하루 8시간씩 꼬박 열흘 걸려 제작했다는 이 설치 작품은 아래에 난 구멍을 통해 관람객이 들어가 체험을 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테이프 서울’. 유럽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그룹 ‘뉴멘/포유즈’는 테이프를 이용해 높이 7m의 미술관 로비 공간에 대형 거미집 같은 구조물을 설치했다. K 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테이프 서울’. 유럽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그룹 ‘뉴멘/포유즈’는 테이프를 이용해 높이 7m의 미술관 로비 공간에 대형 거미집 같은 구조물을 설치했다.
K 현대미술관 제공
관객들은 ‘테이프 서울’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새로운 공간 인지 체험을 할 수 있다. K 현대미술관 제공
관객들은 ‘테이프 서울’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새로운 공간 인지 체험을 할 수 있다.
K 현대미술관 제공
K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이것이 현대미술이다: 모두가 예술이고 모든 것이 아트다’전에 선보인 이 작품은 안에 들어가면 동굴 탐험하듯이 미로를 따라가면서 반투명의 테이프 너머로 보이는 로비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해먹처럼 그 위에 누워서 미세하게 출렁이는 테이프의 탄성을 느낄 수도 있다.

스벤 욘케, 크리스토프 카즐러, 니콜라 라델코빅으로 이뤄진 아티스트 트리오 ‘뉴멘/포유즈’는 설치미술, 무대미술, 산업·공간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만난 이들은 1998년 그룹을 결성한 뒤 테이프를 이용해 하나의 공간 안에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테이프 시리즈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왔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작업이 설치되는 도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다. 2010년 빈에서 선보인 ‘테이프 빈’을 시작으로 파리, 베를린, 스톡홀름, 멜버른, 도쿄 등으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도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진행된 ‘테이프 서울’을 작업한 스벤 욘케 작가는 “사전 스케치나 기계의 도움 없이 거미와 같은 곤충이 집을 짓는 방식으로 만든 기본적인 건축 구조물”이라며 “1차원인 테이프를 이용해 3차원의 유기적인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생물체가 다른 생물체에 서식하듯이 ‘테이프 서울’이 높은 천장과 넒은 공간을 보유한 K현대미술관에 서식하게 됐다”며 “전통적인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을 보기만 하는 것과 달리 구조물에 올라가 체험하면서 공간에 대한 지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술관 입구의 회전문 위에 설치된 임지빈 작가의 ‘에브리웨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거대한 베어브릭 풍선에 흘러내리는 듯한 패턴을 접목시켰다.
미술관 입구의 회전문 위에 설치된 임지빈 작가의 ‘에브리웨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거대한 베어브릭 풍선에 흘러내리는 듯한 패턴을 접목시켰다.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 치유와 소통을 시도하는 임지빈 작가가 금색 베어브릭 작품 앞에 서 있다.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 치유와 소통을 시도하는 임지빈 작가가 금색 베어브릭 작품 앞에 서 있다.
김연진 K현대미술관 관장은 “새로운 미술관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단지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을 체험하고 나아가 관람객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둔 이번 전시가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부산 출신의 팝아티스트 임지빈의 ‘에브리웨어’ 시리즈도 소개됐다. 작가는 국내의 다양한 장소와 도쿄, 오사카, 교토, 타이베이, 홍콩, 베트남 등 해외 도시들을 찾아가 풍선으로 된 거대한 베어브릭 인형을 소개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지난해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가는 “개인전을 많이 했지만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관심 있는 몇몇 사람만 와서 보고 가는 것이 너무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대중이 예술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브리웨어’ 시리즈를 시작했다”면서 “찾아가서 작품을 선보인다는 뜻을 담아 ‘딜리버리 아트’(배달 예술)라고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베어브릭 인형은 항상 어딘가에 끼어 있는 상황으로 설치하는 게 특징이다. 미술관 입구의 회전문 위에 설치된 ‘에브리웨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는 거대한 베어브릭 풍선에 흘러내리는 듯한 패턴을 접목시켰다. 작가는 “그저 설치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재료로 된 인형과의 촉각적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에 항상 끼어서 압박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미술관, 공사장, 해변, 재개발지역, 학교 교실 등 다양한 공간에 놓인 베어브릭을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5-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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