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0주년 기념 김태수 회고전
영주 부석사·수원 화성 디자인 차용… “내 건축 철학은 단순함과 간결함”올해로 신축 개관 30년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태수(80)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2014년 시작된 현대미술작가 시리즈 건축분야의 두 번째 전시를 겸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그의 학창시절부터 미국 예일대 유학시절, 건축사무소 운영 초반부터 최근까지의 활동이 연대기 순으로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신축개관 30년을 맞아 회고전을 열고 있는 김태수 건축가가 과천관 모형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 공모전으로 진행된 과천관 설계에 대해 “주변 청계산을 둘러보니 웅장하고 아기자기한 우리 산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원칙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주 부석사와 수원 화성에서 전통적인 동양건축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강석으로 외벽을 마감하는 방식으로 1986년 부지면적 6만㎡, 연면적 3만㎡ 이상이면서도 우리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을 완성했다. 과천관은 언뜻 보면 서양의 성곽을 떠올리게 하지만 축대와 정자, 봉화와 같은 요소들, 사찰 건축의 도입부 등에서 한국성을 지닌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단순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요약한다. 스스로에 대해 “단순하고 소탈한 사람이고 작품도 역시 단순함과 간결함에서 건축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찾고자 한다”면서 “좋은 건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크기와 기본적인 형태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건축 철학은 없다”는 그는 “건물이 두드러져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장소와 땅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가로서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못하는가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나는 조각적인 화려한 작품은 못한다. 그래서 건축 구조적으로 단순하고도 간결하면서 기능적인 건축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2-22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