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으로 만나는 유교 집단지성의 산물

목판으로 만나는 유교 집단지성의 산물

입력 2014-05-21 00:00
수정 201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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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목판, 지식의 숲… ’ 특별전

강원 원주시 치악산의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는 1797년(정조 21년) 왕명으로 간행된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 합판본이 존재한다. 백제 도미 부인의 열녀설화 등을 새긴 것으로, 유일하게 전하는 오륜행실도 목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전한 형태를 갖추진 못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화로를 보호한다며 나무 싸개로 사용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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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 간행을 위한 목판 제작에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아깝지 않게 써 버리던 우리 조상들이 알면 까무러칠 일이다. 예컨대 1843년 ‘퇴계선생문집’을 다시 간행하는 과정에선 책판 2500여장과 인력 2000명, 비용 4144냥이 들었다. 오늘날로 치면 6억 2000만원을 웃도는 걸로 추산된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문집을 찍어 내기 위해 정성을 쏟았고, 이렇게 책판 형태로 유교 덕목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음 달 23일까지 제1기획전시실에서 ‘목판, 지식의 숲을 거닐다’ 특별전을 연다.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유교 목판(718종 6만 4226장)의 등재를 신청한 것을 기념해 준비한 전시다. 이곳에 나오는 목판 대부분은 경북 안동시의 국학진흥원이 2001년부터 ‘유교 목판 10만장 수집운동’을 벌여 모은 6만 5000여장 가운데 가려 뽑은 것들이다. 수집운동에는 전국 305곳 문중과 서원들이 참여했다.

대동여지도 목판(보물 제1581호), 도산서원 현판을 비롯해 포은 정몽주 초상, 포은 선생 문집 등 목판 관련 유물 총 122종 268점이 전시된다. ‘종이에 쓰다’, ‘나무에 새기다’, ‘세상에 전하다’, ‘생활에 묻어나다’의 4개 영역으로 구성된 전시는 다양한 문방구와 함께 판각 과정도 보여 준다.

국학진흥원 측은 “유교 목판은 편집과 판각, 간행, 전승 등이 민간의 자발적인 힘으로 이뤄진 세계사에 유례없는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유교 목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 유네스코에 한국을 대표하는 12번째 세계기록유산 후보로 오른 유교 목판의 등재 여부는 내년 5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5-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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