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부터 21세기까지…역사 품은 ‘멜버른의 얼굴’

골드러시부터 21세기까지…역사 품은 ‘멜버른의 얼굴’

입력 2019-03-24 21:20
수정 2019-03-2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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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문화재 이야기] 멜버른 플린더스스트리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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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플린더스스트리트 역만큼은 멜버른 여행에서 반드시 기억에 남는다. 호주 동남부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 멜버른 사람들에게 “시계 밑에서 봐”라는 말은 플린더스스트리트 역 앞에서 만나자는 의미와 같다. 역 입구에 런던의 빅벤이 연상되는 둥근 시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플린더스스트리트 역은 여행의 중심이자 약속 장소여서 항상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색 바랜 트램이 덜컹거리며 기차역 앞을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21세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지만 시선을 멀리하면 좀 달라진다. 우아한 유럽풍 건축물 뒤로 번쩍거리는 초고층 빌딩들이 삐죽빼죽 솟아 있다. 멜버른은 호주에서 가장 고풍스러우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도시다.

1851년 금광이 발견되기 전까지 멜버른은 낙농업으로 살아온 조용한 지역이었다.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이민자들이 모여들었고 멜버른은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교통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 1854년에 세워진 플린더스스트리트 역은 가파른 경제발전의 결과물이다. 이때만 해도 헛간 같은 가건물로 만들어진 작은 역이었다. 디자인 공모와 공사를 거쳐 1910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형태를 완성하게 된다. 대영제국에서 런던 다음으로 큰 도시였던 멜버른은 1956년 남반구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할 만큼 번영을 누렸다.

그러면 왜 ‘플린더스’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우리나라의 ‘퇴계’나 ‘세종’ 같은 지명처럼 호주에서는 플린더스라는 지명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플린더스는 호주의 역사에서도 퍽 중요하다. 올 1월 런던 시내 공사 현장에서 매슈 플린더스(1774∼1814)라는 이름이 새겨진 관을 발견했다. 플린더스는 19세기 초 호주의 해안과 섬, 오지 등을 항해하며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국명을 제안한 영국 탐험가다. 플린더스는 아프리카를 최초로 횡단한 유럽인 리빙스턴에 비유해 ‘호주의 리빙스턴’이라고도 불리며 유럽 이민자가 많은 호주에서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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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호주인들은 의미 있는 자연이나 건축에 플린더스의 이름을 붙였다. 애들레이드의 플린더스대학교, 남호주의 플린더스산맥 국립공원, 호주 본토와 태즈메이니아 사이에 있는 플린더스 섬 등. 그중 가장 익숙한 것이 멜버른의 플린더스스트리트 역이다. 골드러시로 시작한 플린더스스트리트 역은 멜버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고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1982년에 호주 빅토리아주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2019-03-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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