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광화문 지켰던 월대 석조각 ‘서수상’

[포토] 광화문 지켰던 월대 석조각 ‘서수상’

입력 2023-08-29 15:23
수정 2023-08-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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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에 석조물이 있는데요. 광화문 월대와의 관련성을 알아보면 어떨까요?”

올해 3월 문화재청으로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호암미술관 야외에 전시된 여러 석조물 가운데 사자 또는 해치 얼굴을 한 듯한 조각이 예사롭지 않으니 전문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제보자는 한 유튜브 계정에서 이를 다룬 내용을 봤다고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복궁의 정문인 서울 광화문 앞에 설치된 월대(越臺, 月臺)를 꾸미는 상서로운 동물 조각상이자 가장 앞부분에서 위용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서수상(瑞獸像)의 존재가 드러난 시작이었다.

2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광화문 앞 월대 어도(御道·임금이 다니는 길)의 맨 앞쪽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점의 서수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소장한 유물이었다.

이들 유물은 이건희 회장 유족이 2021년 국가기관에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을 포함한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 작품 등 2만3천여 점을 기증했을 때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튜브를 본 국민이 제보했고, 월대 주변부 발굴 조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월대 건립 당시 사용된 부재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서수상은 미술사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보인 경복궁 근정전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한 여러 점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남쪽 계단에 남아있는 서수상과 유사한 면을 보이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근정전의 서수상은 뿔이 2개 있고 목에는 갈기 털이 없어 마치 용과 비슷한 형상이다.

이 회장 유족이 기증한 서수상은 뿔이 1개에 목에 갈기 털이 있으나, 얼굴 형태나 눈썹, 갈기 등을 표현한 양식을 보면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시대 석조 미술사를 전공한 김민규 문화재전문위원 “근정전의 서수상과 비교하면 세부 표현법은 다르지만, 거의 동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경복궁 내 다양한 석조물이 가진 재료적 특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복궁을 건립할 때 가깝게는 삼청동, 멀리는 북한산에서 화강암을 채취했는데, 경복궁에 있는 대부분의 석재가 분홍색을 띠는 듯한 서울 화강암”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확인한 서수상 역시 경복궁에 있는 다른 석물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약 100년 전 월대가 훼손되면서 사라진 서수상이 다시 발견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에는 186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월대를 쌓았다’는 내용이 있으나,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해체돼 사라졌다.

월대를 이루는 부재 가운데 하나인 서수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외부로 옮겨졌고, 또 삼성 가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찾은 게 다행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수상 2점은 돌에 붙어있는 지의류(地衣類·균류와 조류의 공생체)를 제거하고 세척하면 될 정도이며, 돌로 된 조각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문위원은 “서수상은 신비로운 동물이라는 뜻도 있지만, 국왕이 정치를 잘할 때 나타나는 동물을 표현한다”며 “경복궁과 광화문 월대에 놓인 서수상이 중요한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서수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옛날 사진을 바탕으로 월대를 복원해야 했다”며 “원래 유물이 돌아옴으로써 월대 복원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 역사학 분야 전문가인 조재모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월대) 유적을 복원하는 데 있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유물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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