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 치킨집 사장님 “그날 이후 우울증 약 복용합니다”

‘돈쭐’ 치킨집 사장님 “그날 이후 우울증 약 복용합니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2-08-21 17:31
수정 2022-08-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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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돈쭐’(돈+혼쭐) 났던 홍대 치킨집 점주. 그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겪었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돈쭐’(돈+혼쭐) 났던 홍대 치킨집 점주. 그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겪었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튜브 캡처
배고픈 형제 도왔다가 ‘돈쭐’ 난 치킨집
이후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기부활동 이어가...서울시 명예시장 선발
지난해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돈쭐’(돈+혼쭐) 났던 홍대 치킨집 점주가 최근 서울시 명예시장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겪었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돈쭐이 난다’는 표현은 ‘혼쭐이 나다’라는 원래 의미와 달리 선행을 베풀어 좋은 평가를 받는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역설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선행에 나선 업체의 제품을 구매해 ‘돈으로 혼내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해당 사연이 알려진 것은 고등학생 A군이 ‘철인 7호’ 치킨 본사로 손편지를 보내면서다.

편지에 따르면 사는 형편이 빠듯했던 A군은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5000원 한 장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5000원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때마침 손님이 없어 가게 앞에 나와 있던 박 대표는 “치킨, 치킨”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생을 달래는 형을 목격했다.

이들 형제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박 대표는 가게로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지난해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돈쭐’(돈+혼쭐) 났던 홍대 치킨집 점주(좌). 치킨을 대접받은 고등학생이 쓴 손편지(우). SNS 캡처
지난해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돈쭐’(돈+혼쭐) 났던 홍대 치킨집 점주(좌). 치킨을 대접받은 고등학생이 쓴 손편지(우). SNS 캡처
A군은 박 대표에게 “5000원밖에 없어요. 5000원어치만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박 대표는 이들 형제에게 치킨을 실컷 먹여준 뒤 “또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닭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A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 대표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몇 번 더 방문했고, 박 대표는 그때마다 치킨을 공짜로 튀겨줬다.

한번은 덥수룩해진 동생의 머리를 보고 이발을 시켜주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치킨을 주문한 뒤 치킨을 받지 않은 이들의 인증샷이 이어지는 등 이른바 돈쭐 릴레이가 펼쳐진 것이다.
치킨 이미지(위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치킨 이미지(위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이 계좌로 입금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하겠다”…쪽지도 받았다유튜브 채널 ‘SBS pick!’에서 공개한 ‘조용히 꾸준하게 기부를 이어나가는 치킨집 사장님’이란 제목의 영상에 등장한 박 대표는 사연이 알려진 후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어려웠기 때문에 욕심도 났지만, 고객들이 보낸 후원금에 자신의 사비까지 보태 결식아동에게 기부하는 통 큰 행보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늘 좋은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박 대표는 그 일 이후 공황장애를 겪었고, 우울증 약을 먹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박 대표를 응원했던 사람들이 많은 만큼 돈을 노린 이들도 많았다.

그는 “취하셔서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신다든지 타이핑 쳐서 쪽지 쓰신 분도 계신다”며 “(쪽지) 내용은 어느 날 몇 시 몇 분까지 이 계좌로 입금하지 않으면 당신 가게 앞에서 극단적선택하겠다(는 것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사장님도 힘드셨을 것 같다”, “이런 진상 손님 때문에 선행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 듯”, “사장님 힘내세요”, “돈쭐이 마냥 좋은 게 아니구나”등 반응을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5기 서울특별시 명예시장 위촉식에서 소상공인 명예시장에 선정된 박재휘 철인7호 홍대점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5기 서울특별시 명예시장 위촉식에서 소상공인 명예시장에 선정된 박재휘 철인7호 홍대점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당시 밀려드는 주문에 잠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던 박 대표는 이후 형제를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주위 취약 계층을 위한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지난달 서울시가 청년과 장애인, 소상공인 등 분야에서 선정한 제5기 서울시 명예시장에 선발되기도 했다.

서울시 명예시장은 시민의 생생한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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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5기 명예시장은 민선 8기 서울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 도시경쟁력 회복을 위해 시정 주요 분야별 영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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