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교보문고,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4-25 10:49
수정 2021-04-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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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기와 더불어’, 김일성 원전 그대로 옮겨 ‘사실 왜곡’ 논란

교보 “책 사면 독자도 처벌…정치적 판단 무관”
출판사 “원전 그대로 출간이 왜 법 위반이냐”
시민단체 판매금지 가처분…현재 강제 못해
하태경 “우상화 속을 국민 없다, 허용해야”
교보문고, ‘왜곡 논란’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교보문고, ‘왜곡 논란’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제공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간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문고 측은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고객 보호 차원”
“법원 판단시 주문 재개 결정”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일 오후 4시부터 온라인서점에서도 ‘세기와 더불어’가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추후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빠른 판단이 이뤄져서 이런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김일성을 저자로 해 지난 1일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는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 왜곡 및 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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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찰지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김일성 주석. 북한 주민들에게 그의 이미지는 자애로운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서울신문 DB
시찰지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김일성 주석. 북한 주민들에게 그의 이미지는 자애로운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서울신문 DB
현재 주문량 100여부
교보문고는 이에 앞서 22일 광화문·강남 등 2개 오프라인 매장과 파주북시티 본사 물류센터에 있는 책 총 3부를 회수해 총판인 한국출판협동조합에 반납했다.

이 책은 출판사와 서점 간 직거래 방식이 아니라 800여 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서만 온·오프라인 서점에 유통한다. 현재까지 전체 주문량은 100여 부로 알려졌다.

교보문고에서는 10여 부가 이미 판매됐고,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현재 이 책을 주문하면 예스24와 알라딘은 각각 오는 30일과 29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최근 법원에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경찰과 통일부 등도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지만, 현 상황만으로는 책 판매 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
8일 김일성 사망 26주기를 맞아 평양 만수대에서 마스크를 쓴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서 헌화·참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8일 김일성 사망 26주기를 맞아 평양 만수대에서 마스크를 쓴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서 헌화·참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출판사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해줘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의 김승균(82)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한은 출판 허가제가 아니라 괜찮다고 봤는데 논란이 커져 본의 아니게 송구스럽다”면서도 “김일성의 항일운동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나 통일부 등과 협의할 게 있으면 하겠다”면서 “특수자료 취급 인가를 받은 남북교역 주식회사를 통해 2012년에 원전을 들여온 거라서 원전을 그대로 출간했다고 법 위반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그는 북한 관련 무역 등을 하는 중소기업인 남북교역 대표도 맡고 있다.

한국출판협동조합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책을 유통해달라고 하면 철회 의사가 없는 한 계약 관계에 따라 절차상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를 중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北정보 통제는 국민 유아 취급”
“국민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해야”
김일성 회고록 등 북한 출판물의 국내 출간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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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면서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자”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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