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 마을이 있었다

입력 2018-09-18 14:09
수정 2018-09-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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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이 컬럼의 제목에는 ‘대(大)서울’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행정구역으로서의 서울특별시만이 서울이 아니라, 집은 서울시 바깥에 있지만, 학교나 직장이 서울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까지를 모두 서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대서울이라는 단어가 품은 뜻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서울시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시를 자신의 주요한 활동권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단지 그들이 잠자는 곳이 서울시 바깥이라고 해서 배제해버리면 서울과 주변 도시들의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서울에는 광명·과천·부천·안양·의정부·성남·하남·구리·김포·인천·시흥·고양·남양주 등의 일부 또는 전부가 포함된다. 서울시와는 별개의 생활권이 될 것을 예정해서 계획된 반월 신공업 도시 즉 오늘날의 안산이나, 서울시와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생활권을 지니는 수원·광주·화성·오산·동탄 등은 대서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설명하면 대서울이라는 개념은 부동산 업계에서 쓰는 ‘서울세력권’이라는 말과 일부 겹친다. 하지만 나는, 교통시설이 서울과 긴밀하게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서울과 연동하는 안성·원주·춘천 등의 지역까지 대서울에 묶기에는 사람들의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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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에 포함되는 서울시 바깥의 도시들을 답사하며 현지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작업을 최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서울이라는 개념을 폐기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서울의 서울시 바깥 지역을 바라보려면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해당 지역이 농촌이나 어촌이던 시절부터 살아온 주민, 해당 지역에 신도시가 생긴 뒤 서울에서 그 지역으로 이주·정착한 주민, 그리고 현재 서울을 주요 생활권으로 삼으면서 신도시를 임시 거주지로 삼고 있는 주민, 이 세 부류가 서울시 접경 지역의 각 도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 유형의 주민들은 해당 도시와 경기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이 가운데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예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다가 신도시가 만들어질 때 고향 마을을 수용당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주민들이다. 이들 주민은 대개 아무 흔적 없이 이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대대로 살아온 고향 마을이 재개발 앞에서 완전히 흔적을 지우는 것을 슬퍼하는 망향비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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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향비는 전국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이 성남시의 1기 신도시 분당과 2기 신도시 판교의 딱 중간 지점에 자리한 ‘동간마을 모향비(慕鄕碑)’였다. 양반이니 선비니 하는 사람들이 세운 비석과는 달리 비석의 문장이 한글로 새겨 있고, 뒷면에는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일일이 새겨 있다. 어떤 망향비에는 여성 주민들의 이름도 새겨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는 남성 주민들의 이름만 보였다. 그리고 그 옆면에는 ‘신도시에 솟은 정’이라는 제목의 절절한 망향가(望鄕歌)가 새겨 있다. “신도시란 새 이름은 희망도 들어 있어 고향 떠날 아픈 마음 참으려 해도, 멀리가는 아쉬움에 애가 타는 사연들, 조상님의 은공 쌓인 고향의 산천, 그 많은 세월 속에 쌓인 인정아. 못 잊을 이웃 정은 만날 수야 있지만, 정든 마을 산천초목 안타까워라”.

이런 망향비야말로 대서울 주민의 삶과 생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다. 성남시 분당의 중앙공원에는 이 지역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모 양반 가문의 묘소와 비석 등이 ‘문화유적’으로서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양반 가문의 유적보다, 신도시 고층아파트단지 한 켠에서 신도시 주민들의 관심 밖에 놓여 거미줄 쳐있는 이런 마을 비석을 찾아가는 것이 더욱 즐겁다. 공원 안내판에 그 이름조차 표기되어 있지 않은 이런 비석이야말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평범한 시민들이 대서울에 살아온 흔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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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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