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박헌영, 이관술, 이주하, 김형선, 이승엽, 홍남표, 김삼룡, 이현상, 이순금, 김무정, 권오직, 홍덕유, 이강국, 임화, 박진홍, 김명시, 최용달, 정칠성, 김원봉.이들은 일제에 항거하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인물은 몇 명이나 될까.
영화 ‘암살’에서 언급된 김원봉이나 ‘한국의 체 게바라’라고 불린 이현상, 북한 내각의 부총리까지 지냈으나 김일성에게 숙청당한 박헌영,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했던 임화 정도가 그나마 귀에 익을 것이다.
안재성 작가가 쓴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는 조국의 해방을 위해 평생을 바쳐 싸웠지만, 정작 해방된 조국에서는 잊힌 독립운동가들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 든다.
저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제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그들의 생애를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 책을 쓴 계기를 설명했다.
책 속의 독립운동가들은 존경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을 ‘숭배할 만한 위인’으로 무조건 추앙하진 않는다.
박헌영에 대해서는 ‘가장 비타협적으로 일제와 싸운 조선공산당의 1인자’이자 ‘한국전쟁을 일으킨 수괴’라고 평가했다.
‘최고의 무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김무정은 ‘괄괄하고 성격이 급해 함부로 처신했다’며 공과 과를 함께 언급했다.
그러나 19인의 독립운동가는 노선과 철학의 차이에도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강자에겐 깐깐하고 비타협적이었을지언정 약자에겐 한없이 약한 휴머니스트였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비록 오류와 잘못도 많지만, 우리 역사에 평등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이들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운, 그러나 시대의 한계에 갇혀 비극적으로 죽어간 영령들에게 바친다.”(본문 7쪽)
인문서원. 396쪽. 1만7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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