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伊에서 길을 찾다] ‘복원의 이유’ 끝없이 고민…기술·역사까지 함께 배워

[문화재 복원-伊에서 길을 찾다] ‘복원의 이유’ 끝없이 고민…기술·역사까지 함께 배워

입력 2014-11-26 00:00
수정 2014-11-26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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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복원기술자 양성 국립학교

“어떤 것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온전히 보존되지 않는다”는 말은 문화재 보호와 존속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엿보게 한다. 시간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유물을 전승하기 위한 고민은 수백년간 문화예술품 보호에 노력을 기울여 온 이탈리아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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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문화재 복원 교육기관인 국립복원학교(SCUOLA)가 대표적인 사례다. 1939년 고등보존복원연구소(ISCR·옛 ICR)의 산하기관으로 출범해 최근 4년제에서 5년제로 바뀌었다.

지난 5일 로마 도심의 학교에서 만난 도나텔라 카베찰리 교장은 “기술 습득에 앞서 올바른 철학과 학문적 관점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0년간 세계 곳곳의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 활동한 전문가 대다수가 이 학교 출신이다.

‘유물 주치의’로 불리는 학생들은 실습용 흰색 웃옷 차림으로 백열등이 환하게 켜진 1층 연구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사진). 모조품이 아닌 실제 문화재로 실습하는데, 복원실 앞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유화, 프레스코화, 수묵화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카베찰리 교장은 “실습에 앞서 옛 재료로 만든 미술작품들을 직접 그리게 한다. 그래야 복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해마다 10명 안팎의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미 미술사, 고고학, 화학 등 관련 분야 전공을 이수한 인재들이 지원한다. 학부와 석사과정 통합교육으로 곧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들이 몰려든다. 신입생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훌쩍 넘는 이유다. 집안 형편에 따라 학비는 연간 500유로(약 70만원)에서 2500유로(약 345만원)까지 다양하다.

스페인에서 유학 온 라켈 델가도(23)는 “교육과정의 절반이 실습으로 꾸려지고,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5명을 넘지 않는 게 강점”이라며 “졸업 뒤 이집트, 중국 등 세계 각지의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인 학생은 있었지만 아직 한국인이 입학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마리솔 발렌수엘라 목재·조각부문 교수는 “학년별로 석재·회화·고고학 유물·공예품으로 세분화된 교육과정을 갖췄다”면서 “학생과 교수들은 어느 부분이 복원됐는지 알 수 있도록 재료와 붓터치 등에서 차이를 둔다”고 말했다. 또 “도구나 용액 등을 이용하는 기술 못잖게 기법과 복원자에 대한 기록을 빠짐없이 남기도록 교육받는다”고 덧붙였다.

동행한 정수희 프랑스 국립미술사연구소 연구원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대다수 국가의 문화재 보존·복원 기관에선 윤리와 역사, 철학 등을 함께 가르치며 ‘왜 문화재를 복원하는가’란 끊임없는 고민을 품게 한다”고 설명했다.

로마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11-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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