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억울한 이들 곁으로…세월호·아르헨 참사 유족 위로

<교황방한> 억울한 이들 곁으로…세월호·아르헨 참사 유족 위로

입력 2014-08-16 00:00
수정 2014-08-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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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리본 달고 유족 손잡아…아르헨 나이트클럽 화재희생자 위해 매년 미사

2004년 12월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나이트클럽 ‘레푸블리카 데 크로마뇬’(Republica de Cromanon)에서 불이 나 194명이 사망하고 70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이었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는 그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다.

그는 한순간에 아들, 딸을 잃고 망연자실한 유가족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현장 주변 길거리에서 즉석 미사를 지속적으로 열면서 유가족들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졌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청빈한 삶을 산 성인 프란치스코를 본받겠다는 뜻에서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지난해 교황이 됐다.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났다.

교황은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세월호를 잊지 말라는 뜻으로 유가족이 전한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를 집전하기 직전에는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유가족 400여 명이 모여 있던 광화문광장 끝에 멈춰 섰다.

전날 유가족이 선물한 노란 리본을 여전히 왼쪽 가슴에 달고 나타난 교황은 유족들을 향해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린 뒤, 차에서 내려 세월호로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두 손을 붙잡았다.

교황은 김 씨를 위로하고서 다시 차에 올라선 뒤에도 유족에게서 잠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인사를 하고 카퍼레이드를 재개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를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같이 언제나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 편에 서는 편을 택했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에도 매년 크로마뇬 나이트클럽 화재 사고 유가족을 위해 기념 미사를 열고 이들을 위로했다.

2009년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서는 “우리는 아직 (크로마뇬 사고를 슬퍼하지 않은) 이 도시를 위해 애도한다”면서 인간성을 상실한 도시와 일부 시민을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에 선출돼 로마로 거처를 옮긴 후인 작년 말에도 유가족을 잊지 않고 위로의 편지를 보내고 기도를 했다.

이번 방한에 교황을 수행한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La Nacion)의 교황청 출입기자 엘리자베타 피케는 “크로마뇬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황의 태도는 한결같다”고 설명했다.

피케 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해주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교황이 방한 중 세월호 유가족이 준 노란 리본을 달고 그들의 손을 잡아준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피케 기자는 “백 마디 말보다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달려가 손을 잡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을 중시하는 교황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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