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억압한 책’금서의 역사’

시대가 억압한 책’금서의 역사’

입력 2013-10-30 00:00
수정 2013-10-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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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한때 금서(禁書)였다. 자살을 옹호해 외부 영향을 잘 받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당시 자살 신드롬이 일었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베르테르에게서 실제로 편지를 받는 듯한 착각을 하며 빨려 들어갔다.

여러 금지 시도에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 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여러 언어로 빠르게 번역됐고 지금은 전 인류가 사랑하는 연애 소설 대접을 받고 있다.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걸작 ‘율리시스’도 처음에는 무척 홀대를 받았다. 음란성이 있다는 이유로 출판인들이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의 한 서점 사장이 출판에 나섰지만 책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유럽과 미국으로 보내진 책들은 도착하자마자 압수되거나 불태워졌다.

초판이 나온 지 11년 후에야 미국에서 예술작품으로 인정됐다. “많은 부분에서 거의 구토제와 같은 작용을 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성욕증강제와 같은 작용을 하는 부분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신간 ‘금서의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온갖 금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독일 문학평론가인 베르너 풀트는 “금서의 역사는 단순히 억압의 사슬, 파괴된 작품과 살해된 작가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권력에 대항해 언어가 거둔 승리의 연대기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말대로 책은 금서와 관련한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를 모아 놓는 수준을 넘어선다. 작가는 물론 그들의 이념까지 없애버릴 수 있다던 여러 시대의 권력자들 확신이 틀렸다는 점을 증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애인이 죽자 그 무덤에 사랑의 시를 함께 묻어버리는 식으로 ‘자기검열’을 한 시인 겸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른 후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고 묘사했다는 이유로 금지된 ‘보바리 부인’, 열여섯 살 소년이 우연히 만난 창녀에게 동정을 잃었다는 묘사가 문제가 된 ‘호밀밭의 파수꾼’ 등 유명 소설 이면에 얽힌 인간의 역사가 촘촘하게 소개된다.

송소민 옮김. 408쪽. 2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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