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붐’·’중경삼림’…재개봉 영화 ‘붐’ 계속되나>

<’라붐’·’중경삼림’…재개봉 영화 ‘붐’ 계속되나>

입력 2013-10-29 00:00
수정 2013-10-2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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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기술 발전·부가판권 시장 활황 힘입어 연내 10여편 이상 재개봉

그야말로 붐이다. 개봉한 지 수십 년 된 영화들이 극장가에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연말까지 예정된 재개봉 영화들은 적게 잡아도 10여 편에 이른다.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디지털리마스터링 기술의 발전과 저렴한 수입가, 비수기라는 시즌이 맞물리며 과거 인기작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다.

◇ 잇따르는 재개봉 영화들 = 가을 들어 재개봉 첫 테이프를 끊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8) 이래로 재개봉 영화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소피마르소 주연의 ‘라붐’(1980)이 선보였고, 다음 달 6일에는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재개봉한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들도 잇달아 선보인다. 오는 31일에는 ‘니키타’(1990)가, 다음 달 21일에는 ‘제5원소’(1997)가 개봉한다. 내년 초까지 ‘아틀란티스’(1991) ‘마지막 전투’(2000), ‘서브웨이’(1985)가 개봉을 준비 중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 2’(1991)도 다음 달 14일 개봉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러브액츄얼리’(2003)도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아간다.

1990년대 홍콩 시네마를 대표했던 왕자웨이(왕가위·王家衛) 감독의 명작들도 개봉한다.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화양연화’(2000), 무협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동사서독 리덕스’(2008), 도시인의 상실감을 그린 ‘중경삼림’(1994)도 올 12월께 선보인다.

일본영화 ‘철도원’(1999)과 ‘하나와 앨리스’(2004)도 내년 초쯤 개봉을 준비 중이다.

◇ 마케팅비↓·부가판권 시장 활황 = 수입사들이 너도나도 재개봉 영화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마케팅비가 적게 드는 데다가 부가판권 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시네마천국’을 홍보하는 ‘언니네홍보사’의 이근표 대표는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 새로 론칭하는 영화처럼 홍보할 필요가 없다”며 “영화를 본 사람뿐 아니라 보지 못한 사람까지도 보고 싶어하는 영화여서 마케팅 비용이 신작 영화보다는 높지 않다”고 했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시네마천국’은 2만 5천 명을 넘겨 손익분기점(3만 명)에 근접했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의 유택현 팀장은 “부가판권 시장까지 생각하면 좀 더 잘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년 초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테스’를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입가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도 호재다. 판권료가 최신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필름을 디지털로 변화하는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변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분을 기준으로 2천만 원 정도다.

여기에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도 이런 재개봉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디지털 온라인 영화 시장의 매출규모는 1천2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증가했다. 특히 IPTV와 디지털케이블 TV는 작년보다 51.8% 급증한 78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또, 10-11월 가을 시장이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도 이 같은 복고주의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 ‘추억 마케팅’ 당분간 계속될 듯 = 영화 전문가들은 추억 마케팅에 기반을 둔 영화들의 재개봉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질 높은 다양한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그런 영화를 즐길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쿄에 가면 고전영화만 틀어주는 전문극장들도 있다”며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크린을 싹쓸이하는 게 아니라는 측면에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씨네큐브 극장영화사업팀의 박지예 팀장은 “그저 향수를 자극하는 7080 문화 우려먹기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신작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점이 안타깝다. 재개봉관을 하나 만들어서 그런 영화들을 상시로 상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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