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랑의 잇단 신인작가 발굴전… 미술계 득일까 실일까

상업화랑의 잇단 신인작가 발굴전… 미술계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13-08-28 00:00
수정 201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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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작가 망쳐… 정체성도 상실” “돈, 쓰기 나름… 불황탈출 기회”

“돈만 밝히는 것은 지금 우리 미술계 전반의 문제다. 비엔날레마저 연예인을 끌어들여 상업화하고, 평론가협회 같은 지식인단체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한다. 일선 화랑들도 장사치 마인드를 버리고 정직해져야 한다.”(홍경한 미술평론가)

미술시장에 전례 없는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상업화랑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미술시장에 전례 없는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상업화랑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국내 미술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상업화랑들의 신인작가 발굴 움직임이 분주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일찌감치 상업적인 작품을 내놓도록 유도함으로써 작가들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다.

27일 미술계에 따르면 미술시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상업화랑들은 최근 신인작가 발굴전 등을 통해 잇따라 젊은 작가 확보에 나섰다. “미술시장 판도가 작가 개인 역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추세라 젊은 작가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게 화랑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상업화랑 상당수는 이미 정기·비정기적으로 이런 전시를 열거나 기획 중이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는 최근 들어 거의 상설화되는 추세다. 미대 졸업 시즌 직후인 4~5월과 10월에 신진작가 전시회가 봇물을 이루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실험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컬렉터(소비자)층을 두껍게 해 미술시장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론은 이 같은 화랑가의 분위기를 타고 흘러나온 주장이다. 서울 인사동의 화랑 관계자는 “어린 작가에게 등단 기회와 작품 제작 경험을 전달하는 순기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업성을 띨 수밖에 없는 화랑들은 젊은 작가의 발굴과 전시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도 창출해야 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에서 신인 작가전이 불황 타개의 요긴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화가는 “상당수 화랑들이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며 전시회를 열지만 이는 유명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전시를 열어 헐값에 작품을 구입해 뒀다가 작가가 유명해지면 수십 배까지 이익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000만원짜리 그림을 팔 때 기성 화가들은 화랑으로부터 500만원가량의 돈을 받지만, 젊은 작가들은 특별히 정해진 액수가 없다. 화랑과 신인 작가의 노예계약인 ‘전속제’가 거의 사라진 요즘 신인 발굴전은 오히려 예전 젊은 기획자들이 마련하던 순수한 의도의 신인전과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같은 상업성은 서울 강남북의 화랑가에서 열리는 단체 전시회에서 정점에 이른다. ‘미대 우수 졸업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미래를 가늠하고 직업화가의 길을 열어준다’는 표어를 내걸지만, 이면에는 화랑의 비수기 경영 수지를 맞추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것. 어떤 신진 작가 전시회는 20명 이상의 작가를 모아 기획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1인당 참가비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오간다. 미대 교수나 강사가 화랑 대표로부터 졸업생 참여를 부탁받기도 한다. 대신 화랑들은 비수기 때 안정된 대관료를 챙기고 예비 작가들을 확보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대형미술관의 한 중견 큐레이터는 “상업화랑에 수익을 내지 않는 전시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창 성장하는 젊은 작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린 작가들은 전시회를 통해 작품이 비싼 값에 많이 팔릴수록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다. 스스로 작품세계를 확립하지 못한 채 소비자의 취향만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 미술가들의 축제로 떠오른 한 행사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요즘 어린 작가들은 미학·철학·예술성이 담보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기보다 예술을 매개로 앤디 워홀이 되고 싶어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지독한 상업화 분위기를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안으로는 신인 작가를 찾아내려는 공모전이나 화랑 전시 외에 새로운 전시공간 개척이 제시되곤 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예술창작촌 인근에 개관한 비영리 전시공간 등이 사례로 꼽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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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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