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아나운서와 남편 조기영 시인. / KBS
고민정 KBS 아나운서가 자신이 남편을 무책임한 사람처럼 만든 것 같다며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고 밝히며 남편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지난 28일 오후 11시 35분 자신의 블로그에 ‘그 사람의 꿈을 접게 할 순 없었다’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고 아나운서는 28일 방송된 KBS2 ‘가족의 품격-풀하우스’에 출연해 남편인 시인 조기영이 희소병인 강직성 척추염 투병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남편이 시인이면 수입이 적지 않냐”는 질문에 “수입이 없긴 없다”고 답했지만 “근데 아나운서 월급으로 저금도 하고 집도 사고 세 식구가 충분하게 먹고 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뒤 일부 기사들이 남편의 수입이 없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나가면서 고민정 아나운서가 답답한 심경을 내비친 것.
고 아나운서는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내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걸까,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내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 물론 내가 한 말이지만 앞뒤 문맥 없이 그 부분만 따서 기사 제목으로 만드니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말이 돼버렸다”고 적었다.
그는 “꿈이 없던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순간순간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고민정을 만들어준 사람이 남편이다”라며 “그런데 마치 난 소녀가장이고 남편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난 지금껏 남편이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는 걸 반대해왔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듯 돈을 벌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건 나인데”라고 밝혔다.
고 아나운서는 “꿈도, 미래도 없던 대학생인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아무도 내게 아나운서의 가능성을 찾아보지 못했을 때 그걸 발견해줬고 말솜씨도 글재주도 없던 내게 꾸준히 옆에서 선생님 역할을 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그저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옳은 소리를 해준 것도 그 사람이다. 아무런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 위에 작게나마 지금의 나란 사람을 그려준 것 또한 그 사람인데. 지난 15년 동안 그렇게 나를 빛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빛도 나지 않은 역할을 해왔는데. 한 순간에 아내에게 모든 짐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남편이 돼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그것도 나로 인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 아나운서는 “남편은 지금도 ‘돈 안버는 건 사실인데 뭐’하며 웃음을 짓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라면서 “‘항상 나한테 좋은 얘기만 있을 수 있겠냐’며 날 위로하지만 나로 인해 내 가족이 화살에 맞았는데 그저 넋 놓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선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 우린 가족이니까”라고 글을 맺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지난 2005년 10월 시인 조기영씨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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