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학자 “일본 역사관점 아직도 19세기”

일본 역사학자 “일본 역사관점 아직도 19세기”

입력 2013-03-27 00:00
수정 2013-03-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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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 펴낸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

“일본 사람들이 듣기에 거북한 말을 끊임없이 해온 것은 일본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이었으며 그런 면에서 추호의 후회도 없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교과서가 일본 정부의 검열을 통과한 가운데 일본의 한국사 연구 권위자인 미야지마 히로시(宮島博史·65)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가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펴낸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창비)를 통해서다.

이 책에서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한국, 중국보다 우월하다는 일본 우위론이 역사 서술에서 어떤 논리로 합리화됐는지 집중 분석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한국사 연구자인 자신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방관할 수 없었던 것은 “일본사 인식과 한국사 인식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자국 역사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한국의 역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일본의 일부 유학자 등은 한국을 중국에 종속된 나라로, 일본은 중국에 종속되지 않은 나라로 간주해 일본의 우위를 주장했다.

이러한 일본의 역사인식은 근대 들어와 더욱 강화된다. 일본은 서구의 ‘봉건제’ 개념을 도입해 일본은 봉건제를 경험한 반면 한국과 중국은 경험하지 못했다면서 일본 우위론을 펼쳤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의 역사를 서구의 역사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려는 이와 같은 인식은 이른바 역사 인식에서의 ‘탈아입구’(脫亞入歐)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것은 단순히 일본의 역사를 미화하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합리화하는 역할까지 했다”고 분석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본은 아직도 19세기, 20세기의 역사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 행위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반성도 많이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일본, 한국, 중국의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역사 인식에서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교과서가 검열을 통과한 것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는 예민한 문제여서 감정적으로 대립하기 쉽다”면서 “큰 맥락과 시야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 이번 책으로 인해 일본 우익들의 공격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격을 예상하고 썼다”면서 “공격해도 어쩔 수 없고 처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사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낸 미야지마 교수는 한국사 연구를 위해 2002년 일본의 최고 명문 도쿄대 교수직을 버리고 한국으로 건너와 화제가 됐다. 2002년부터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 초에는 지난 10년 간 한국에서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너머북스)를 펴냈다. 이 책은 일본어판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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