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가을날 환상의 몸짓 언어 마임에 빠지다

깊어 가는 가을날 환상의 몸짓 언어 마임에 빠지다

입력 2012-10-19 00:00
수정 2012-10-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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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박스가 어지럽게 흩어진 공간. 여인이 비닐로 물건을 싸며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깜빡 잠이 든 여인에게 벽들이 다가온다. 건물로 들어간 여인은 2층 창문으로 벽을 타고 벽과 벽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창조물들을 맞닥뜨린다. 괴상한 마스크를 쓴 사람들, 거대한 비닐 괴물이나 바다 생물 등과 유기적으로 얽혀 흘러가는 것이 마치 다른 이의 꿈속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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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채플린 연출 ‘속삭이는 벽’.
빅토리아 채플린 연출 ‘속삭이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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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임축제 중 강지수의 ‘판초우의’
한국마임축제 중 강지수의 ‘판초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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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임축제 중 유진규의 ‘몸’
한국마임축제 중 유진규의 ‘몸’


2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마임극 ‘속삭이는 벽’은 빅토리아 채플린이 연출하고, 그의 딸 오렐리아 티에리가 주연한 작품이다. 연출가의 이름을 접하는 순간 ‘혹시?’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대답은 ‘역시’이다. 연출가는 유명한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과 ‘밤으로의 긴 여로’를 쓴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 사이에 태어난, 말 그대로 ‘문화 유전자 집합체’다. 빅토리아는 프랑스 배우이자 연출가인 남편 장 밥티스트와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만들어 낸 아티스트로서 태양의 서커스 ‘퀴담’, ‘알레그리아’ 등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2011년 프랑스에서 첫선을 보인 ‘속삭이는 벽’은 2003년 ‘오라토리오’ 이후 모녀가 합심한 두 번째 작품이다. 끊임없이 들어서고 사라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쫓기고 먹히고, 또 사랑에 빠지는 등 마치 꿈꾸는 듯한 기발한 내용을 서커스, 마임, 마술, 춤으로 정교하게 풀어냈다. 오렐리아는 곡예, 탱고, 왈츠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공연은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와 같다. 또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하다.”(브리티시 시어터 가이드), “코믹하면서도 슬프다, 마치 찰리 채플린처럼….” 등의 호평을 받으며 이탈리아, 브라질, 영국 런던 등지로 투어를 이어 갔다. 연출가의 이름 때문인지 처음엔 채플린의 흔적이 느껴진다. 공연은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도 24~25일 열린다. 3만~7만원. (02)2005-0114.

환상의 몸짓 언어 마임을 다양하게 감상할 다른 기회도 있다. 23~28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마임예술가들의 축제 ‘2012 한국마임’에서다. 한국마임협의회와 좋은공연제작소가 주최하는 이 마임축제는 올해로 24번째를 맞았다. ‘마임의 가능성-몸담다’를 주제로 한 마임축제에는 마임예술가 23명이 참여해 28개 작품을 선보이면서 한국 마임의 오늘을 선사한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한국마임 포커스’가 장식한다. 23일 첫날에는 한국마임의 1세대 유진규의 ‘몸’을 비롯해 현대철의 ‘우리는 이렇게’와 김성연의 ‘넘버 91’(no.91)을 공연한다. 28일 ‘한국마임 포커스’ 두 번째 시간에는 마임공작소 판의 ‘왜’와 ‘2012 꿈에’, 김종학의 ‘끝없는 이야기’를 준비했다. 김성연의 ‘넘버 91’을 다시 만날 수 있다. 24일에는 한국의 몸짓과 정서를 담은 ‘가장 한국적인 마임’, 25일에는 가족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가족 마임의 날’, 26일에는 현대 마임의 거장 마르셀 마르소와 에티엔 드크루의 ‘스타일 마임의 날’을 공연한다. 27일에는 유쾌한 ‘피에로 마임의 날’ 공연에 이어 마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네트워크 파티를 준비했다.

축제 기간에 대학로 카페와 식당, 혜화역 등에서 마임예술가 강정균·현대철·이경렬·이정훈이 공연하는 ‘일상마임-느닷없이 나타나는 마이미스트들과의 만남’이 펼쳐진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blog.naver.com/thekomi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743-9226~7.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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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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