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익갤러리 10주년전
이화익 대표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자리잡은 이화익갤러리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30일까지 그간 함께 해 왔던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기념전을 연다. 15일까지 열리는 1부에선 김창열·김종학·이강소·신상호·황주리·구본창·강운·김동유 등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20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부에선 이헌정·박선기·정보영·최영걸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화익갤러리가 눈에 띄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해외 작가 소개보다 국내 작가 발굴에 힘을 기울여 왔다는 점. 여기엔 이화익(54) 대표의 경력도 한몫했다.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공채 1기 큐레이터로 미술계에 입문해 갤러리현대를 거쳐 2001년 자신의 갤러리를 열었다. 그 뒤 김덕용·김동유·이정웅 등의 작가를 발굴해냈다. 작가에게 대표작이 있듯 이화익의 대표작은 이 작가들인 셈이다.
쉬웠던 건 아니다. “작가분들은 원래 생업이 따로 있으셨죠. 그런데 제가 작업에 몰두하려면 접으라고 다 꼬여냈거든요. 외환 위기 이후라 미술시장이 안 좋았는데도 내가 알아서 다 팔아줄 테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어요. 그런 제가 2003년 위암으로 덜컥 누워버린 거예요. 지금은 웃지만 그때 저는 저대로 미안하고 그분들은 그분들대로 조마조마했고….”
또 하나는 그의 남편이다. 현 정권 창업 공신으로 꼽혔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남편이다. 결혼 무렵 정 의원은 총리실 공무원이었고 이 대표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가져다준 월급이 70만원이었어요. 그걸로 애들 키우고 생활비 하고 제학비 대기가 버거워서 미술 쪽에 취직한 거죠.”
김종학 ‘여름개울’
김동유 ‘마를린 먼로’
반농담 삼아 자신이 활동한 인사동과 송현동을 ‘지역구’라 표현하면서도 정치인 남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영역이 있고 난 내 영역이 있다.”는 자세다. 호구지책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그만큼 확신의 강도도 높다. “한국 작가들의 경쟁력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잖아요. 미술시장이 원활하진 못하다 해도 우리 작가들은 그걸 헤쳐 나갈 충분한 역량과 독창성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전시 수익금 가운데 일부는 서울대어린이병원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로 지원된다. (02)730-781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10-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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