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기술자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음악인 키워”

“연주 기술자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음악인 키워”

입력 2011-08-02 00:00
수정 2011-08-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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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엘리트 음악 요람’ 커티스음악원 로베르토 디아즈 총장

7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전공인 비올라로 전향한 것은 15살 때. 이쯤 되면 늦깎이다. 그런데도 로스트로포비치(내셔널심포니), 오자와 세이지(보스턴심포니), 네빌 마리너(미네소타오케스트라) 같은 거장들이 그를 단원(혹은 수석)으로 선택했다.

미국 커티스음악원 총장까지 맡고 있다.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의 25%는 커티스 출신이란 말이 나올 만큼 철옹성을 구축한 엘리트 음악의 요람에 역대 최연소 총장으로 부임했다. 로베르토 디아즈(51) 총장이 주인공이다.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달 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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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디아즈 총장은 10월 커티스음악원 교수와 한국인을 비롯한 학생들과 함께 서울에서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로베르토 디아즈 총장은 10월 커티스음악원 교수와 한국인을 비롯한 학생들과 함께 서울에서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가 장모

대기실의 비올라 케이스는 온통 아내와 아홉 살짜리 딸 소피아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이 묘하게 동양적이다. 아내 엘리사 리 콜조넨은 한국과 핀란드의 피가 반씩 섞였단다. 국내 1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가 그의 장모다.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처제다.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인 셈이다.

그는 “불고기나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한식을 좋아하지 않으면 집에서 아내와 큰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보통 2년 전에 연주 스케줄이 결정되는 그가 빡빡한 여름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대관령을 처음 방문한 것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밴 결정이다.

디아즈 총장은 이번 축제에서 3번의 공연과 더불어 음악학교 교수진으로도 참여한다. 그는 “연주와 가르치는 일 모두 사랑스럽고 흥미로운데 대관령에선 두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어 아주 좋다.”면서 “물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언제나 연주”라고 말했다.

1924년 세워진 커티스음악원은 교수진이 95명, 학생은 160명 안팎이다. 교수 한 명에 학생이 두 명 꼴도 채 안 된다.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작곡과 피아노, 지휘전공 학생에게는 재학 중 명품 피아노 스타인웨이를 공짜로 빌려준다. 음악 영재들이 커티스를 선망하는 이유다.

●“음악은 동시대 환경의 산물”

물론 커티스 출신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연주만 잘하는 기술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악보에 담기지 않은 시대적 공기까지 꿰뚫어 보도록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아즈 총장은 “단지 유명해지려고 하거나 세계적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갖추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음악은 동시대 환경의 산물이다. 베토벤이 살았던 시대를, 말러가 숨 쉬던 당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곡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미술과 시, 문학, 정치, 사회,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 가르칠 수 있는 건 행운”

커티스음악원 재학생 가운데 아시아 학생 비중은 10%를 웃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뺀 외국 출신 중 가장 많은 게 한국 학생이다. 디아즈 총장은 “(한국 학생이) 12~15명쯤 된다.”고 설명했다. 총정원이 12명인 비올라 부문에는 내년에 4명의 한국인 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믿을 수 없는 재능들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을 가르칠 수 있는 내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음악 영재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각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관악기 파트가 부실한 것도 같은 이유일 터.

디아즈 총장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이 노출되는 일이 많으니 어린 학생들이 선망하는 건 당연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점점 작곡이나 지휘, 타악기 같은 분야에서도 훌륭한 인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관령축제 예술감독(정명화, 정경화)이나 남동생(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도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냐.”면서 “슈퍼스타들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볼 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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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8-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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