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터에 달랑 표석 하나… 쓰레기만 수북”

“생가터에 달랑 표석 하나… 쓰레기만 수북”

입력 2011-04-29 00:00
수정 2011-04-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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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초동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가보니

서울 중구 초동 18-5 명보아트홀 앞. 충무공 이순신이 태어난 생가터이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맨홀 두 개와 전봇대, 가로등, 그리고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대형 화분 6개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오토바이와 택배 차량, 단속차량까지 충무공의 생가터를 침범했다. 그 흔한 안내 표지판도 없었다. 지나가는 시민 대부분도 이곳이 공(公)의 생가터임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공은 1545년 이곳에서 태어나 소년시절을 보냈던 것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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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초동 충무공 이순신의 생가터 표지석 앞에서 이종임씨가 충무공의 탄신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8일 서울 초동 충무공 이순신의 생가터 표지석 앞에서 이종임씨가 충무공의 탄신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으로 꼽히는 충무공. 그렇지만 28일 공의 466주년 탄신 차례상은 1평도 채 안 되는 은박 돗자리에 올려진 과일 몇개와 떡, 막걸리 한병이 전부였다. 이를 마련한 이는 서울시도, 중구도, 충무공 기념사업회도 아니었다. 생가터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거리판매점을 하는 이종임(76·여)씨였다.

●거리판매 상인 26년째 관리

이씨는 자비 5만여원을 들여 양초와 막걸리, 떡, 딸기, 토마토, 바나나 등을 직접 마련했다. 바람에 돗자리가 날아가고, 양초에 붙인 불이 꺼지기도 했지만 이씨 외에는 손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중구 소속 쓰레기무단투기 단속요원은 “상이라도 하나 갖다 놓지, 정말 초라하네. 당국이 이런 상황을 왜 모르나.”고 말했다.

이씨는 1985년 높이 1m 가량의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표석이 세워진 이후 26년째 공의 생가터를 지켜왔다고 했다. 그는 “표석에다 가래 뱉고 오줌 싸고 한 것을 혼자서 다 치워왔다.”며 “당국은 아예 관리를 하지 않는다. 어찌 한번도 와보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생가터로부터 100m정도 떨어진 곳에서 중구와 기념사업회가 개최하는 충무공 탄신기념 다례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박노현 중부경찰서장 등을 비롯해 200여명이 공의 탄신을 기렸다. 그러나 정작 공의 생가터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한복을 차려입고 행사에 참석한 공의 한 후손은 “비석이라도 좀 큰 걸로 세우지 무슨 애완용도 아니고.”라면서 “중구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구 관계자는 “생가터엔 돌로 된 표석 하나 있는데 관리하고 말 것도 없고, 배정된 예산도 없다.”며 “서울시가 세웠고 관리도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시 문화재관리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구가 관리하며, 훼손되면 보고를 받고 조치한다.”며 중구에 책임을 넘겼다.

●市·중구청은 서로 책임 회피

노명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위인의 생가터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서 “아무리 작은 표석이라도 눈에 잘 띄게 표지판도 설치하고 주변관리를 잘하면 사적 가치는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남 아산시 현충사 경내에 있는 공의 고택은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은 인근 활터 등과 함께 사적 155호 ‘이 충무공 유허’로 지정돼 있다. 이 고택은 공이 무예수련을 위해 10년간 머물던 처가이다. 부인 방씨가 무남독녀여서 공 후손들이 이 집에서 살았다.

아산 이천열·서울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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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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