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돌아오는 궁내청 보관 한국도서

일본서 돌아오는 궁내청 보관 한국도서

입력 2010-11-14 00:00
수정 2010-11-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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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에서 14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협정’이 서명됨에 따라 궁내청 소장 반출도서 150종 1천205책이 한국으로 공식 반환된다.

이에 따라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을 비롯해 기타 규장각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 등 150종 1천205책이 협정문 발효 후 6개월 내 반환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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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예정 왕세자가례도감의궤
반환예정 왕세자가례도감의궤
◇반환협상 = 문화재청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5월 이후 외교부와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계부처가 긴밀해 협력해 도서 반환문제를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8월10일에는 간 총리가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도서”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반환 대상 논의는 11월 1~2일 도쿄에서 한ㆍ일 전문가 간 의견 교환을 통해 이루어졌다. 일본측 전문가가 반환대상을 설명하고 우리 측 전문가가 이해를 표명함으로써 양국 정부 간 합의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문화재청은 소개했다.

우리 측에서는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과 이상찬 서울대 규장각 교수, 박대남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등이 참여했다.

이런 협상을 거쳐 반환될 도서로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을 비롯해 기타 규장각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 등 150종 1천205책이 확정됐다. 이들은 모두 일본 궁내청이 보관하는 중이며, 모두 도서다.

하지만 우리 측이 반환대상에 함께 올린 ‘제실도서’(’제실도서지장인’이라는 도장이 찍힌 도서)와 ‘경연도서’(’경연’이라는 도장이 찍힌 도서)는 우리 측 전문가 확인 결과 ‘일본 총리의 담화기준’과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반환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실도서는 궁내청이 1903년 이후 ‘제실도서지장인’이라는 장서 인(印.도장)을 사용한 반면, 우리나라는 1909년부터 규장각에서 ‘제실도서지장인’을 장서 인으로 사용하는 등 한ㆍ일 모두 동일 명칭의 장서인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ㆍ일 전문가들이 장서인을 비교한 결과, 모두 일본 궁내청이 날인한 장서인으로 확인돼 반환대상에서 제외됐다.

나아가 ‘경연도서’는 일본 측이 날인한 장서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1891년 이전부터 일본 정부가 보관하던 도서로 확인돼 역시 반환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문화재청은 말했다.

◇반환 대상 문화재 = 이번 반환 예정 도서의 꽃이라고 할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총독부가 1922년 5월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80종 163책과 궁내청이 구입한 1종 4책(진찬의궤) 등 81종 167책이다.

이 중에서도 2006년부터 민간단체인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에서 환수활동을 추진하고 국회 차원에서 두 차례 그와 관련한 결의문을 채택(2006.12.8/2010.2.25)한 의궤가 포함됐다.

그 외 반환 예정 도서는 모두 초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한 것이다. 이런 도서가 궁내청에는 77부(部) 1천28책이 소장돼 있다. 이들 이토 반출 도서는 반출 경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906년 이래 1909년까지 ‘한ㆍ일 관계상 조사 자료로 쓸 목적’으로 반출해간 33종 563책이며 나머지 44종 465책은 ‘구통감부 채수본’(舊統監府采收本), 즉, 조선통감부에서 수집한 것이다.

이들 중 11종90책은 1965년 ‘한ㆍ일 문화재협정’에 따라 반환되고 이번에 잔여분 66종 938책이 반환된다. 따라서 이토 반출도서는 모두 고국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중 무신사적(戊申事績.1책)과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1책), ‘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10책) 등 6종28책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으로써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7책), 여사제강(麗史提綱.14책), 동문고략(同文考略.35책) 등 7종180책은 국내에 있는 도서와 판본이 다르거나 국내에는 일부만 있어 이번 도서 반환으로 유일본으로써 전질(全帙)을 구비할 수 있게된 도서다.

증보문헌비고(2종 99책)는 우리나라의 역대 문물제도를 정리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1908년(융희 2년)에 간행됐다. 이중 1종 51책은 1911년 8월10일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것이고 나머지 1종 48책은 ‘조선총독부 기증’ 첨지가 있어 반환대상에 포함됐다.

대전회통(1종1책)은 1865년(고종 2년)에 편찬된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으로 ‘조선총독부 도서’라는 장서인이 날인됐다.

◇반환 시점 = 이번 도서 반환은 2010년 한ㆍ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양국의 역사적 갈등을 문화교류 측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나아가 문화재청은 이번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협정’이 “양국의 국내적 절차를 완료하고 상대국 정부에 이의 사실을 통보하면 늦은 쪽의 통보가 수령된 날을 기준으로 발효된다”면서 “따라서 실제적인 도서 반환절차는 한ㆍ일간에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협정 발효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협정 발효 이후 도서반환 절차가 ‘안전하게,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면서 또한 “이번 도서반환이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 반환의 상징적 사안인 만큼 전시ㆍ활용과 보관 등에도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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