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 기약하게 된 노벨문학상

후일 기약하게 된 노벨문학상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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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이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돌아감에 따라 염원이던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최근 몇 년간 노벨상 시즌이면 국내외에서 유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고은 시인은 이번에도 안타깝게도 수상에 실패했다.올해는 여느 해보다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단 안팎에서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머지않았음을 확신하면서 이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종환 시인은 “고난의 삶을 살아왔으며 문학적으로도 세계적으로 드문 대작을 남긴 고은 시인을 비롯해 우리 문학은 노벨상을 받을 충분한 저력이 있다”며 “올해가 아니라도 고은 시인은 물론이고 우리 역사와 문화,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라는 소식에 접하면 수준 높은 번역과 양질의 번역가 양성 문제가 다시거론되곤 한다.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번역 작업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타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2001년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국문학의 해외 전파를 주도하며 지금까지 28개 언어로 450종을 번역했다.그러나 1945년 무렵부터 국가의 지원으로 2만종 가까운 작품을 번역한 일본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국어는 소위 글로벌 시장에서 마이너 언어일 수밖에 없으며,번역 없이는 한국문학이 해외로 나갈 수 없다”라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첫째도 번역,둘째도 번역이며,앞으로 번역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해외에 가장 널리 소개된 국내 작가 중 한 명이다.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의 지원으로 현재까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스웨덴어,이탈리어어,체코어,일어,베트남어 등 16개 언어권에서 총 58종의 번역서가 출간됐다.

 뛰어난 문학적 성과와 함께 세계문학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점도 그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노벨상 선정은 여러 외부적인 변수가 작용하기에 우리 문학의 역량이나 번역이 부족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라며 “이번만큼 수상에 가깝게 접근한 적도 없으며,우리에게 머지않아 순서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은의 노벨상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노벨상이 되려면 매년 고은 시인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폭넓게 전략적으로 접근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나치게 개인화되는 경향을 벗어난 깊이 있는 텍스트와 체계적인 번역 작업,세계문학과 우리 문학의 교류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내일의 노래’ ‘화엄경’ ‘순간의 꽃’ 등 고은 시인의 여러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는 “노벨문학상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며 “작가들이 반드시 노벨상이 아니라 인간과 인생의 진리와 아름다움을 쓰고,많은 독자들이 이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세 명이나 배출한 낵출판사의 편집장이기도 한 폴란드 시인 예지 일크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좋은 작품을 많이 쓰고,많이 번역돼 알려지는 것 딱 두 가지”라고 말했다.

 매해 지나치게 수상 결과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분한 자세로 꾸준히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말로도 받아들여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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