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아들 많이 낳으려 이름 바꿨다”

“정조, 아들 많이 낳으려 이름 바꿨다”

입력 2010-10-04 00:00
수정 2010-10-04 08: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안대회 교수 “후손 많은 사람 이름 낚아채 ‘이산→이성’”

 세종과 더불어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정조(正祖.재위 1776~1800)가 후손,특히 아들을 많이 두고자 본래 성명인 ‘이산’(李산<示+示>)의 발음을 ‘이성’으로 바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한문학 전공인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정조의 이름은 원래 ‘이산’으로 읽었지만 1796년 8월11일 규장전운(奎章全韻)이라는 한자의 소리 사전 발간을 계기로 외자 이름인 ‘산(示+示)’의 발음을 ‘성’으로 바꿨으며 정조 사후에도 이 글자는 ‘셩(성)’으로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안 교수는 우선 규장전운과 같은 기록을 근거로 정조의 본래 성명은 ‘이산’이 아니라 ‘이셩’ 혹은 ‘이성’으로 읽어야 한다는 한문학자 남현희씨의 2008년 주장을 반박하면서 ‘산(示+示)’은 규장전운 발간 이전까지만 해도 ‘산’으로 읽힌 사실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안 교수는 1776년 정조가 즉위한 그 해에 자신의 성명과 같다고 해서 평안도와 충청도 고을인 이산(理山)과 이산(尼山)을 각각 초산(楚山)과 이성(尼城)으로 바꿨는가 하면 ‘산(示+示)’이 본래 ‘산(算)’의 옛 글자체임을 들어 산학(算學)을 주학(籌學),산원(算員)을 계사(計士) 등으로 각각 바꾼 사실 등을 들었다.

 왕조시대에 임금의 이름은 피휘(避諱)라 해서,발음이 비슷한 다른 명칭이나 이름은 비슷한 글자로 바꿔 사용했다.

 이랬던 정조가 자신의 성명을 바꾼 것은 그가 1792년 3월에 이덕무(李德懋)에게 편찬을 명령한 규장전운이 완성되던 시점인 1796년 무렵이라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규장전운은 1796년 7월에 인쇄가 끝나고 다음 달인 8월 전국에 배포했다.이때 발행부수는 무려 1만부에 달했다.

 정조는 인쇄 준비가 거의 끝난 시점에 갑자기 그에 수록된 ‘성’(삼수변+省)이라는 글자를 빼버리고 그 자리에다가 자기 이름인 ‘산(示+示)’이라는 글자를 집어넣었으며 이렇게 해서 ‘산(示+示)’이라는 글자는 이후 발음이 ‘성(셩)’으로 바뀌게 됐다고 안 교수는 주장했다.

 안 교수는 정조가 자기 이름의 발음을 바꾸게 된 것은 아들을 많이 낳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19세기의 저명한 중인 문사인 옥산(玉山) 장지완(張之琓.1806~?)이 남긴 비연외초(斐然外抄)라는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안 교수는 전했다.

 당시 저명한 여항문인인 장지완은 이 글에서 정조의 이름은 본래 ‘산(算)’으로 읽었지만 그 뒤에 고증을 거쳐 규장전운 발간을 계기로 ‘성’으로 바로잡았다고 하면서 “한데 계란(界欄.인쇄의 판식)이 벌써 정해졌기 때문에 ‘성’(삼수변+省)자를 삭제하고 임금 이름을 채워 넣었다.왜냐하면 ‘성’(삼수변+省)이라는 글자는 서약봉(徐藥峯)의 이름으로 자손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서약봉은 바로 서성(徐성<삼수변+省>.1558~1631)이니,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경화세족인 대구(달성) 서씨의 중흥조로서 서종태·서명선·서명응을 비롯한 많은 정승 판서는 물론 서호수·서유구와 같은 위대한 학자를 배출한 명문가 중의 명문가의 직계 선조였다.

 결국,정조 이름의 원래 발음은 ‘산’이었지만 자손을 위해 ‘성’으로 바꾸기 위해 이름의 ‘산’을 규장전운 내의 성자와 대체했다는 것이다.

 이름의 발음을 바꿀 당시 정조는 자식이 귀한 처지였다.결혼한 지 오래됐지만 왕비 청풍김씨에게서는 자식을 보지 못했으며,의빈성씨 소생인 문효세자는 요절했다.늦게 수빈박씨에게서 순조를 낳았지만,규장전운 완성 당시 겨우 7살에 지나지 않았다.

 이름까지 바꿔 많은 후손을 두기 바란 정조의 꿈은 허망하게 끝났다.아들 순조를 지나 손자 헌종 대에서 정조의 대는 끊겼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이런 연구성과를 최근 학술모임인 ‘문헌과해석’에서 발표한 데 이어 조만간 학회지에 정식 투고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