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도 세계화도 아닌 초국주의가 대안이다”

“로컬도 세계화도 아닌 초국주의가 대안이다”

입력 2010-06-23 00:00
수정 2010-06-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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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프 딜릭 전 홍콩중문대 교수

‘세계화(Globalization)를 넘어 초국주의(Transnationalism)로’

미국의 우파 저널리스트는 세계화를 두고 지구가 평평해졌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사람, 상품,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게 됐으니 누구나 세계를 상대로 뛸 수 있는 세상이 열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평평해진 지구를 마음껏 내달릴 수 있는 사람은 역시나 가진 자뿐이다. 이중국적과 원정출산만 보더라도 ‘그분’들의 탈주와 횡단은 현란하지 않던가.

이 부분을 지적하는 아리프 딜릭(69) 전 홍콩중문대 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딜릭은 터키 출신 미국 역사학자로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포스트식민주의 역시 서구중심주의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독특한 학자다. 딜릭은 21일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초국주의 이론과 실천 - 활용, 오용, 남용’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딜릭이 초국주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기존 좌우파를 뛰어넘기 위해서다. 그래서 ‘국제(inter-national)’보다 한 단계 높고, 세계화보다는 한 단계 낮은,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치중립적인 초국(trans-nation) 개념을 쓰는 것이다.

세계화를 찬미하는 우파에 대한 비판은 능히 예상할 수 있는 바다. 딜릭 역시 경계를 벗어난다는 것이 무조건 좋고 긍정적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이라고 일갈했다. 동시에 세계화를 적대시하고 반대급부로 ‘지역(local)’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좌파에게도 비판을 쏟았다. 다시 말해 ‘포스트’ 라는 접두어가 붙은 이론가들이 ‘다중(multitude)’ 같은 개념을 내세워 전세계 민중들의 연대를 높이 추어올리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이다. 좌우파 모두 방향만 다를 뿐, 세계화된 세상에서 자기 식대로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읽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딜릭 역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은 적극 수용한다. 세계화가 국경을 뛰어넘어 신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기보다 “빈곤화된 실업자행성(lumpen-planet)에 둘러싸인 잘사는 도시들의 군도(群島)”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딜릭이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초국주의를 통해 국가의 복권을 얘기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국주의란 “경계 뛰어넘기에 대한 강조를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국가를 되가져 오는 것”이다. 국경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되레 경계 뛰어넘기를 관리·감독할 국가의 역할과 비중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결국 제 아무리 글로벌한 환경이 어쩌고 해봤자, 나서야 할 주체는 다름 아닌 국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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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6-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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