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르헤리치 내한공연

[공연리뷰] 아르헤리치 내한공연

입력 2010-04-13 00:00
수정 2010-04-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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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늙지 않는… 폭발적 음색·카리스마

평가에 인색한 클래식 애호가들도 노령(齡)의 ‘전설’들이 나서는 공연에는 으레 관대해진다. 나이를 감안해 주는 까닭이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마르타 아르헤리치(왼쪽)의 내한공연은 이런 관대함이 필요없었다.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 아르헨티나 출신 피아노의 전설은 폭발적인 음색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변함없이 선보였다. ‘활화산’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공연은 지휘자 정명훈(오른쪽)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협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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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리치가 연주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슈만의 서정성과 활력 넘치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다. 강약 조절도 자연스러웠고 휘몰아칠 땐 관객의 혼을 빼놨다. 악장 간 힘의 배분도 뛰어났다. 다만 간간이 나오는 미스터치나 질주 본능 탓에 음을 뭉개버리는 식으로 넘어가는 고질적 문제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템포 변화가 심해 전체적인 곡의 균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명훈과 아르헤리치가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연주한 장면은 앙코르가 없었던 이날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특별 이벤트였다. 웬만해선 공식석상에서 피아노 연주를 자제하는 정명훈이다. 정명훈은 2부 공연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에서 농도 짙은 해석을 보여줬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화려함보다 진중함이 더 엿보였다. 하지만 정작 진중해야 할, 곡의 백미인 4악장에서 분위기가 다소 산만해진 게 흠이었다.

사족 하나. 앞으로 비창을 즐길 땐 딱 5초의 기다림 미덕을 발휘하는 것은 어떨까. 매우 조용히 끝나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곡임에도,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관객의 박수에 감동이 퇴색해 버리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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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4-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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