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내 영화계 ‘관객쏠림’ 심화

올 국내 영화계 ‘관객쏠림’ 심화

입력 2009-12-31 12:00
수정 2009-12-31 12: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영화계의 관객 쏠림 현상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영화계의 매출(11월 말 기준 9506억원)이 지난해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었을 정도로 비약적 성과를 냈지만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는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 대안으로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의 관람수익 분배율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지 확대


● 매출1000억원 늘었지만 ‘대박’ 아니면 ‘쪽박’

서울신문이 30일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 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9년 상영작(작년에 개봉돼 넘어온 이월작은 제외) 321편 가운데 1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34편이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11%로 지난해와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월작인 ‘과속스캔들’과 ‘쌍화점’, 12월 개봉돼 벌써 400만명 을 돌파한 ‘아바타’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비중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객 동원수 상위 톱 10 영화의 비중이 지난해 35.2%에서 올해 40.4%로 늘어난 데서도 쏠림 현상 심화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관객 수가 10만명 이하에 그친 영화는 올해 전체 상영작의 61%나 됐다. 10편 중 6편은 흥행 참패를 맛봤다는 의미다. 지난해 10만명 이하 영화 비중(39%)과 비교하면 22%포인트나 높아졌다. 관객수 10만명이면 성공으로 여겨지는 독립영화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내 영화계가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1편당 평균 관객 수는 지난해 37만 2548명에서 올해 39만 9398명으로 약 2만 7000명 늘었다.

●중소 영화 교차상영으로 내몰려

관객 쏠림현상이 올해 두드러진 배경에는 고질적인 배급사 독과점 문제가 자리한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국내 몇 안 되는 배급사들은 수익이 의심스러운 영화들은 상영작 명단에서 배제시켰다. 전반적인 영화계 호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영작 수가 지난해보다 29편 감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집행자’나 ‘파주’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배급사 횡포로 한 영화관에서 다른 영화와 번갈아 스크린에 걸리는 교차 상영 처지에 빈번히 내몰렸다.”면서 “그나마 이같은 중소 영화의 시련이 여론에 회자되면서 배급사 독과점 문제가 부각된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배급사·영화사 수익 1:1 분배구조 개선해야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람 수익을 영화사와 배급사가 나눠 갖는 비율인 ‘부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 수익의 절반을 배급사가 가져가다 보니 상영관의 힘이 너무 크다.”며 “외국의 경우 개봉 초기에는 제작사가, 중후반기에는 상영관이 점차 많이 가져가는 식으로 배분해 장기 상영을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지금의 분배 형태로는 배급사가 수익을 의식해 흥행이 저조한 작품은 금방 스크린에서 내릴 수밖에 없는 만큼 영화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부율을 재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2-31 22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