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역의 바다’서 실천인문학 닻 올린다

[단독]‘지역의 바다’서 실천인문학 닻 올린다

이문영 기자
입력 2008-05-01 00:00
수정 2008-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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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마실네’ 24일 출범

‘마포실천인문네트워크´(마실네)가 학문의 바다에서 닻을 올린다. 대안적 인문학운동을 해온 단체들이 한 데 모여 오는 24일 출항한다.

‘인문학의 현장성과 실천성’을 기치로 내걸고, 인문학의 성찰적·비판적 기능의 복원을 주창한다. 마실네의 성격과 지향점은 이름 자체에 압축적으로 집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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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현장성과 실천성 강조

먼저 ‘마포’. 서울시 마포구엔 대학으로 대표되는 제도교육기관만 밀집해 있는 게 아니다. 자발적 지식활동가 및 연구자들의 대안 학문공간 또한 어느 지역보다 많다. 이들 단체는 대학의 폐쇄성을 비판하며 각자의 색깔과 지향을 토대로 ‘제도’를 뛰어넘는 인문학 운동을 시도해 왔다.

지난 3월부터 이들은 마포란 지역성을 공통분모로 부각시키며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철학아카데미(원장 이정우),‘다중지성의 정원’(상임강사 조정환),‘풀로 엮은 집’(이사장 홍세화), 지행네트워크(대표 오창은), 다음 달 창간되는 잡지 ‘진보2.0’ 편집위원회(주간 구갑우) 등이 논의를 이끌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 ‘민중의 집’ 추진위원회,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 계간 ‘당대비평’ 복간준비위원회 등엔 현재 참여를 권유 중이다. 이명원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마포가 대학과 문화의 도시라고 일컬어지지만 소비도시로서의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라면서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단체들이 힘을 합쳐 인문적 실험으로 지역을 재구성해 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실천인문’. 이들 단체의 또 다른 공통점은 연구와 실천의 긴장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현실과 유리된 학문을 배격하고 지역 및 대중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자본권력에 복무해 ‘성찰’이란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오늘의 인문학을 우려한다.

각자의 강의공간을 마련해 대중들과 만나온 것도 ‘살아 있는 지식’을 나누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실천인문학’이란 표현은 구체적 삶에 뿌리를 둔 학문적 지향을 보다 선명히 하겠다는 각자의 선언인 셈이다. 천정환 ‘진보2.0’ 편집위원은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인문학 위기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 사유의 대상들과 만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그간 대안 학문운동은 여러 난관에 봉착해 왔다. 당찬 문제의식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은 빈약했고, 개별 단체의 지향에만 함몰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마실네 출범은 각 단체가 가진 고립성과 규모의 한계를 넘어 학문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의공간 공유와 다채로운 공동기획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 인문학을 하는 단체들이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학문적 가능성을 여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색깔 유지하며 융합되는 것이 중요”

마실네 준비위원회는 최근 수차례 모임을 갖고 조직의 성격과 방향을 논의해왔다.24일 열리는 발대식(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그 첫 결실이 공개된다. 철학아카데미는 우리 시대 철학적 성찰의 절박성을 역설하고, 지행네트워크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가능성과 방향을 토론한다.‘풀로 엮은 집’은 서울화력발전소(구 당인리화력발전소) 문화보금자리 만들기 전략을 모색하고,‘진보2.0’은 마실네 공동의 잡지 창간을 설계한다.

장기적으로는 마포 지역에 인문학 전문 도서관을 만들거나 사라져가는 서점을 연결해 관계망을 형성하고, 마포구청의 문화정책을 모니터링해 문제제기하는 실천 방안도 고려 중이다. 올가을엔 학술 심포지엄과 축제의 성격을 함께 띠는 공동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마실네는 이제 출발선상에 서 있다. 치열한 문제의식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 단체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사업방향도 더 구체화돼야 한다.

이명원 연구위원은 “개별 단체가 연구, 강의, 운동 등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마실네 안에서 조화롭게 융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5-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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