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고정관념 깬 로맨틱 코미디

성적 고정관념 깬 로맨틱 코미디

강아연 기자
입력 2007-07-23 00:00
수정 2007-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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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첫 회 시청률 14.4%(TNS미디어코리아 조사)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방송 6회만에 23.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보다도 더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작품이 ‘논쟁적 문화코드의 집결판’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드라마’라는 장르가 한 시대 문화의 리트머스지와 같은 것이라면 ‘커피프린스 1호점’은 여러 면에서 우리 문화의 성숙도를 드러낸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먼저 ‘팜므 파탈’에 대한 시선을 들 수 있다. 완벽한 외모에 성격도 좋고 실력도 뛰어난 화가 한유주(채정안). 능력있고 당당한 모습이 일본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서 나나난 기리코가 연기한 지각있는 예술가 도코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알파걸’에 속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팜므 파탈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제까지의 영화·드라마들에서 팜므 파탈이 보통 남성을 유혹해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정도로 그려졌다면, 이들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삶을 사는 진정한 여성 실력자들로 묘사된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 위해 남장을 한 여성 고은찬(윤은혜)은 ‘미소년’으로 통한다. 드라마 시작 전후로 터져나오는 보도들도 앞다퉈 윤은혜 캐릭터의 중성적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할머니의 맞선 압박을 피하기 위해 게이 행세를 하는 최한결(공유)은 어떤가.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채 한결은 자신이 은찬에게 끌리는 것을 고민한다.7회 방송분에서는 병원 정신과까지 찾게 된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씻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는 우리 사회 성관념과 성적 논쟁이 한결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졌음을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홍사장(김창완)이 시대 감각이 뒤떨어지는 ‘꼰대’로 그려지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까지 드라마들에서 중년 남성이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현실의 반영으로 여겨졌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젊은 사람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밖에 노선기(김재욱)가 일본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찾으러 한국까지 날아온 것은 어학연수나 유학 등으로 국제 연애가 활발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또 한결이 취중에 얼떨결에 예랑(민서현)과 모텔에서 함께 투숙하고, 연인인 한유주와 최한성(이선균)도 집에서 잠자리를 함께 하지만, 이에 대해 ‘두 사람이 잤느니 안 잤느니’ 하는 논쟁은 일지 않는다. 혼전 동거 논란이 들불처럼 타올랐던 4년 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시절만 떠올려 봐도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커피프린스 1호점’은 개방적인 이성관계나 동성애 코드를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사용하되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예전에는 이런 소재 자체가 화제가 됐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7-07-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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