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하나는 팔짱을 끼고 배우의 성장을 음미하는 것이다. 임수정이 조만간 그런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새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각설탕’(제작 싸이더스FNH)에서 그는 ‘원 우먼 쇼’를 했다. 상대역은 경주용 말(馬). 말과의 우정을 인간끼리의 소통보다 더 진지하게 그리는 영화에 그는 7개월을 매달렸다. 고만고만한 드라마를 2편쯤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 ‘훌훌´
26일 경복궁 앞 작은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어떻게 말을 부렸을까 싶게 가녀린 몸피의 그는 “중성적이면서도 거친 이미지를 실컷 보여줄 수 있어서 신선했다.”는 소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임수정을 외유내강형 배우, 여리고 조금은 어둡고 소녀적 이미지에 갇힌 배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미사’(TV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봤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늘 허기졌거든요.” TV와 스크린에서 ‘보여진’ 임수정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는 인터뷰에서도 그대로였다.
스크린 데뷔작이 2002년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니 배우 이력은 이제 4년.‘장화, 홍련’‘…ing’‘새드무비’를 찍으며 배우의 나이테를 굵혀왔다. 이쯤되면 성장속도가 맹렬하다.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이번이 가장 책임감이 컸다.”는 그의 말은 영화를 보고나면 100% 동의할 수 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목장을 하는 아빠(박은수)와 외롭게 사는 시은(임수정)에게 말 ‘천둥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푸근한 가족이자 위안처이다. 기수가 되려는 딸이 못마땅한 아빠가 말을 팔아버리자 집을 뛰쳐나온 시은은 악착같이 프로기수의 꿈을 이뤄간다.
●3개월 익힌 승마 “소질 타고 났대요”
동물과 인간의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할 드라마이지만, 영화의 성취는 딴 데 있다. 경마장면들을 아찔하도록 사실적으로 잡아낸 화면들은 그 자체로 감상포인트. 배우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애처로운 마음에 한눈을 팔래야 팔 수 없는 영화가 됐다.“촬영 3개월 전부터 기합소리 같은 부조(말과 기수의 의사소통 수단)를 배웠어요. 승마를 익힌 건 또 석달. 처음엔 엄두가 안났는데 나중엔 기수 선생님들한테 칭찬까지 받았어요. 소질이 타고났다고…”
“깡으로 버텼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앞으로 상체를 기울여 말을 몰아달리는 일명 ‘몽키타법’은 실제 기수들도 2년쯤 공들인다는 까다로운 기술.“그보다는 말을 상대로 감정을 잡아야 하는 장면들이 너무 힘들었다.”는 그는 “눈이 짓무르도록 우는 장면이 많아 기진맥진했던 날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소녀와 여인의 중간쯤에 발을 걸친 자신의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그런 희소성이 ‘각설탕’과 짝을 지어줬다.”며 웃었다. 그러나 “좀더 촌스러운 목장소녀로 만들어 달라며 손톱밑에 때를 채우다 감독(이환경)과 감정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는 야무진 말 끝엔 여린 소녀 이미지는 없다.“아무것도 안하고 몸을 편하게만 놔둘 것”이라고 휴가계획을 귀띔하는 그는 또 전혀 연결이 안 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막바지 촬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자신을 싸이보그라 믿는 정신분열증 환자이다. 감쪽같이 경마장의 여기수가 돼버린 임수정이라면 보여줄 수 있을 것같다. 스크린을 위해 “아주 독특하게 정신을 잃은” 여주인공을.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 ‘훌훌´
임수정
“임수정을 외유내강형 배우, 여리고 조금은 어둡고 소녀적 이미지에 갇힌 배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미사’(TV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봤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늘 허기졌거든요.” TV와 스크린에서 ‘보여진’ 임수정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는 인터뷰에서도 그대로였다.
스크린 데뷔작이 2002년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니 배우 이력은 이제 4년.‘장화, 홍련’‘…ing’‘새드무비’를 찍으며 배우의 나이테를 굵혀왔다. 이쯤되면 성장속도가 맹렬하다.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이번이 가장 책임감이 컸다.”는 그의 말은 영화를 보고나면 100% 동의할 수 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목장을 하는 아빠(박은수)와 외롭게 사는 시은(임수정)에게 말 ‘천둥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푸근한 가족이자 위안처이다. 기수가 되려는 딸이 못마땅한 아빠가 말을 팔아버리자 집을 뛰쳐나온 시은은 악착같이 프로기수의 꿈을 이뤄간다.
●3개월 익힌 승마 “소질 타고 났대요”
동물과 인간의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할 드라마이지만, 영화의 성취는 딴 데 있다. 경마장면들을 아찔하도록 사실적으로 잡아낸 화면들은 그 자체로 감상포인트. 배우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애처로운 마음에 한눈을 팔래야 팔 수 없는 영화가 됐다.“촬영 3개월 전부터 기합소리 같은 부조(말과 기수의 의사소통 수단)를 배웠어요. 승마를 익힌 건 또 석달. 처음엔 엄두가 안났는데 나중엔 기수 선생님들한테 칭찬까지 받았어요. 소질이 타고났다고…”
“깡으로 버텼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앞으로 상체를 기울여 말을 몰아달리는 일명 ‘몽키타법’은 실제 기수들도 2년쯤 공들인다는 까다로운 기술.“그보다는 말을 상대로 감정을 잡아야 하는 장면들이 너무 힘들었다.”는 그는 “눈이 짓무르도록 우는 장면이 많아 기진맥진했던 날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소녀와 여인의 중간쯤에 발을 걸친 자신의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그런 희소성이 ‘각설탕’과 짝을 지어줬다.”며 웃었다. 그러나 “좀더 촌스러운 목장소녀로 만들어 달라며 손톱밑에 때를 채우다 감독(이환경)과 감정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는 야무진 말 끝엔 여린 소녀 이미지는 없다.“아무것도 안하고 몸을 편하게만 놔둘 것”이라고 휴가계획을 귀띔하는 그는 또 전혀 연결이 안 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막바지 촬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자신을 싸이보그라 믿는 정신분열증 환자이다. 감쪽같이 경마장의 여기수가 돼버린 임수정이라면 보여줄 수 있을 것같다. 스크린을 위해 “아주 독특하게 정신을 잃은” 여주인공을.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7-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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