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언론중재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이래 한달이 지났다.‘봇물 터진 듯 소송이 쏟아질 것’이라며 호들갑스럽게 제기되던 우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확답하기에는 이르다. 시행 한달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측도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고 최소 3∼4개월은 지나봐야 전체적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중재신청의 성수기로는 봄·가을이 꼽힌다. 특히 4월쯤이 가장 많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연말쯤 가봐야, 더 정확하게는 1년 정도 지나봐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개정 언론중재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이래 한달이 지났다.‘봇물 터진 듯 소송이 쏟아질 것’이라며 호들갑스럽게 제기되던 우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확답하기에는 이르다. 시행 한달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측도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고 최소 3∼4개월은 지나봐야 전체적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중재신청의 성수기로는 봄·가을이 꼽힌다. 특히 4월쯤이 가장 많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연말쯤 가봐야, 더 정확하게는 1년 정도 지나봐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그 이전에라도 언론중재법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날림공사를 한 티가 몇 곳에서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인지세 규정 빠졌다
개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재위가 손해배상액까지 결정토록 할 수 있도록 한 대목. 그러나 급하게 법을 만들다 보니 모법에서나 시행령에서나 법적 절차에 늘 따라붙는 인지세 규정이 빠졌다. 법 개정에 관련된 그 어떤 기관이나 부처에서도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인지세 규정은 법이나 시행령에서만 둘 수 있다.
인지세는 소송가액에 따라 일정한 세금을 붙이는 것이다. 법원 민사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1억원 미만의 경우,10억원 미만의 경우,10억원 이상의 경우를 나눠 소송가액의 0.35∼0.45%의 인지세를 물도록 하고 있다.2·3심은 1심 인지세의 1.5∼2배다. 이는 사법행정 처리 비용을 본인에게 부담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밀한 판단을 거치지 않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마구잡이식으로 질러버리는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중재신청자에게 유리하지만도 않다
이 때문에 실제 법 시행 이후 제기된 중재신청 가운데 몇건은 10억∼20억원대의 액수를 손해배상액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로서는 주눅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기를 죽인다고 해서 반드시 중재신청자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법조계 인사들은 ‘100% 승소하더라도 그런 액수는 절대 인정받을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은다. 중재위로서는 손배배상액을 결정할 때 법원의 판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명예훼손 등에 관련된 소송에서는 5000만∼6000만원 정도 인정하는 것이 최고가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인명사고인 사망사건이 1억원 안팎인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명예훼손사건의 손해배상액이 그 이상으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럴 경우 중재신청자 역시 필요 이상으로 오버할 위험성이 크다.
●중재위도 배고프다
또 이 문제는 이번 법개정으로 확대개편된 언론중재위의 재원 문제와 연결된다. 개정안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언론중재위 조직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재정이 필요한 형편이다. 인지세 규정이 있었다면 이를 국세로 넣은 뒤 이 가운데 일부라도 받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물론 언론중재법은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넣어두고 있다. 그러나 언론피해자들을 상담해주고 보호해주겠다는 뜻에서 중재위를 만들어뒀는데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구석이 있다. 이 때문에 중재위측은 이 조항을 쓰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14일만에 사실관계 확인하라?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는 다르다. 반론보도는 언론의 보도 자체는 인정하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정보도는 언론의 보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정보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신청에 대해 14일 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실관계를 14일 내에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사야 가능하다 해도 사안이 복잡한 사건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언론의 반론보도문 게재를 의무화하는 그린박스제를 제안한 전여옥 의원식 발상과 별 다를 바 없다는 냉소까지 있다. 중재위 관계자는 “보통의 사안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사안의 경우 상당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최근 국정원 도청 관련 보도에서 보듯 몇년이 지난 뒤에야 사건 실체의 일부가 조금씩 드러나는 경우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개정 언론중재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이래 한달이 지났다.‘봇물 터진 듯 소송이 쏟아질 것’이라며 호들갑스럽게 제기되던 우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확답하기에는 이르다. 시행 한달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측도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고 최소 3∼4개월은 지나봐야 전체적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중재신청의 성수기로는 봄·가을이 꼽힌다. 특히 4월쯤이 가장 많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연말쯤 가봐야, 더 정확하게는 1년 정도 지나봐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그 이전에라도 언론중재법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날림공사를 한 티가 몇 곳에서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인지세 규정 빠졌다
개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재위가 손해배상액까지 결정토록 할 수 있도록 한 대목. 그러나 급하게 법을 만들다 보니 모법에서나 시행령에서나 법적 절차에 늘 따라붙는 인지세 규정이 빠졌다. 법 개정에 관련된 그 어떤 기관이나 부처에서도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인지세 규정은 법이나 시행령에서만 둘 수 있다.
인지세는 소송가액에 따라 일정한 세금을 붙이는 것이다. 법원 민사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1억원 미만의 경우,10억원 미만의 경우,10억원 이상의 경우를 나눠 소송가액의 0.35∼0.45%의 인지세를 물도록 하고 있다.2·3심은 1심 인지세의 1.5∼2배다. 이는 사법행정 처리 비용을 본인에게 부담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밀한 판단을 거치지 않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마구잡이식으로 질러버리는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중재신청자에게 유리하지만도 않다
이 때문에 실제 법 시행 이후 제기된 중재신청 가운데 몇건은 10억∼20억원대의 액수를 손해배상액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로서는 주눅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기를 죽인다고 해서 반드시 중재신청자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법조계 인사들은 ‘100% 승소하더라도 그런 액수는 절대 인정받을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은다. 중재위로서는 손배배상액을 결정할 때 법원의 판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명예훼손 등에 관련된 소송에서는 5000만∼6000만원 정도 인정하는 것이 최고가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인명사고인 사망사건이 1억원 안팎인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명예훼손사건의 손해배상액이 그 이상으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럴 경우 중재신청자 역시 필요 이상으로 오버할 위험성이 크다.
●중재위도 배고프다
또 이 문제는 이번 법개정으로 확대개편된 언론중재위의 재원 문제와 연결된다. 개정안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언론중재위 조직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재정이 필요한 형편이다. 인지세 규정이 있었다면 이를 국세로 넣은 뒤 이 가운데 일부라도 받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물론 언론중재법은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넣어두고 있다. 그러나 언론피해자들을 상담해주고 보호해주겠다는 뜻에서 중재위를 만들어뒀는데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구석이 있다. 이 때문에 중재위측은 이 조항을 쓰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14일만에 사실관계 확인하라?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는 다르다. 반론보도는 언론의 보도 자체는 인정하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정보도는 언론의 보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정보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신청에 대해 14일 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실관계를 14일 내에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사야 가능하다 해도 사안이 복잡한 사건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언론의 반론보도문 게재를 의무화하는 그린박스제를 제안한 전여옥 의원식 발상과 별 다를 바 없다는 냉소까지 있다. 중재위 관계자는 “보통의 사안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사안의 경우 상당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최근 국정원 도청 관련 보도에서 보듯 몇년이 지난 뒤에야 사건 실체의 일부가 조금씩 드러나는 경우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8-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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