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원유봉쇄? 꿈깨라” 자신감… 그 뒤엔 中·印

이란 “美 원유봉쇄? 꿈깨라” 자신감… 그 뒤엔 中·印

최훈진 기자
입력 2019-04-25 01:46
수정 2019-04-2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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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장관 “원유 수출 0 되는 일 없을 것”

이란 대통령 “흉기 든 사람과 대화 못해”
中, 이란산이 6%… 美견제용 밀착 가능성
인도, 이란과 역사적 우방 고려 유지 전망
사우디도 한국 등 8개국 수출량 늘릴 듯
CNN “이란 제재 최대 수혜자는 푸틴”
원유 수송로 해협 지나는 美 군함
원유 수송로 해협 지나는 美 군함 미군 중부사령부가 지난 22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순양함 모바일 베이호가 지난 7일 유도미사일을 장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올린 사진.
미군 중부사령부 트위터 캡처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인 23일(현지시간) 이란은 “우리 원유 수출을 ‘0’으로 줄이겠다는 미국의 꿈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허황된 일”이라고 반격했다. 전문가들도 중국·인도가 이란산 원유를 포기하지 않아 미국의 봉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을 ‘흉기를 든 사람’에 비유하면서 원색 비난하고 전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날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24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모두 막겠다는 미국의 계획은 흐지부지될 것”이라면서 “적들의 적대적인 행태에 반드시 응답하겠다. 이란은 우리를 겨냥한 악의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도 24일 내각회의에서 “흉기를 든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면서 “협상 뒤 거짓을 일삼는 악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진행한 협상은 아무 소득이 없다. 우리는 대화와 외교를 선호하지만 전쟁과 방어할 준비도 됐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지난 22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중일 등 8개국에 대한 6개월간의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다음달 2일 종료한다고 발표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해 이란이 미국에 반발해 걸프 해역의 입구이자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자 미군 중부사령부는 트위터에 무장한 미 순양함이 이 해협을 지나는 사진을 올렸고,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장하는 해협의 명칭 ‘아라비안걸프’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이란을 자극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안그룹 등은 중국과 인도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보도했다. 중국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6%(58만 5400배럴) 정도로 무시하기 어려워 중국과 이란이 더욱 밀착해 중국 위안화 결제가 활성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라시안그룹은 “인도와 이란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관계를 이어와 인도도 연결고리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석유 시장은 현재 공급이 적정하며 글로벌 유휴 생산능력도 충분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우리 원유를 사는 고객의 요구에 대처하겠다”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유예가 중단된 수입국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를 더는 수입하지 못하는 8개국의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수출량을 추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CNN은 이란에 대한 고삐를 죄는 미 정부 조치의 가장 큰 수혜자로 하루 1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후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엔 유가 상승이 호재라는 것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9-04-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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