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알제리와의 국경 근처인 리비아 서부 카다메스 마을의 열악한 도로 위를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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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름값이 생수값보다 싼, 내전으로 얼룩진 이 나라의 교통사고 지수는 세계 최악이다. 교통 수칙 무시, 열악한 인프라, 안전 기준에 미달한 차량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는 무기로 인한 사고보다 훨씬 많은 인명을 해친다.’
트리폴리 도심의 타리크 알시카 공원에 가보면 수백 대의 버려진 차들이 널려 있다. 몇몇 차량에는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찢긴 옷이나 신발들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내무부 교통국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411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2500명이 죽고 3000명 이상이 다쳤다. 내무부 대변인인 압델나세르 엘라피 대령은 “리비아는 일인당 사망 교통사고 건수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희생된 숫자가 수백명에 불과한 데 견줘 지난해에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희생된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기름값이 워낙 싸 600만명이 조금 넘는 이 나라에서 450만대 이상이 굴러다니고 있다. 정부 보조를 받는 덕에 리터당 0.15디나르(약 148원) 밖에 안된다. 그러니 생수보다 싸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60년 동안 한 번도 보수하지 않은” 도로 여건이 한몫 한다.
지난달 12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도심의 타리크 알시카 공원 한쪽에 버려진 자동차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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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피 대변인은 “도로는 비가 오면 체계적으로 넘쳐나고 다리들은 이용할 수 없으며 긴급 보수를 요한다”고 말했다. 교통부는 운전자들에게 도로교통법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교통 법규 위반자를 단속하는 순찰대를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내전 발발 이후 순찰대는 보복 공격이 두려워 단속을 느슨하게 할 수 밖에 없다. 해서 꽉 막힌 도로에서 신호 조작이나 할 뿐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무릎을 다친 적이 있다는 운전자 아마드 라잡(35)은 “젊은이들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교통경찰을 존중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전자들을 탓할 수도 없다. 교통사고는 리비아에서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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