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성과 부각 위해 생중계
페북 라이브로 나흘간 50만 시청일각 “전쟁을 게임화하나” 비난
19일(현지시간) CNN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이번 모술 탈환전을 ‘페이스북 라이브’ 등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 주도 연합군이 군사적 의미뿐 아니라 서사적·정치적 의미의 전쟁을 함께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국영 방송 ‘알이라키야’의 취재진을 앞세워 정부군의 활약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2년 전 모술에서 대패했던 기억을 지우고 이라크 정부군이 이번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쿠르드자치정부 민병대는 이라크 국기 대신 자치정부 깃발을 달고 자신들이 보유한 방송사를 통해 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전공을 인정받아 이라크 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자치권을 얻어내거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다.
연합군의 일원인 시아파 민병대도 홍보 조직을 따로 두고 트위터와 유튜브,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다. 특히 모술을 탈출한 민간인을 보살피는 장면을 강조해 과거 자신들이 IS와 전투를 벌이면서 수니파 민간인을 죽이거나 학대했던 부정적 이미지를 씻으려 애쓰고 있다.
전황을 생중계하면 적에게 아군의 동태를 모두 보여주게 돼 전쟁 부담이 커진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현장을 보여주는 건 ‘IS와의 여론전에서 이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라크 주민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이라크 정부가 주축이 된 연합군을 지지하지 않는다. IS가 적은 병력으로도 이라크 내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뿌리 깊은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연합군이 내보내는 동영상 대부분에 영어 자막이 없는 것도 시청 대상을 중동 지역 주민에 두고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CNN은 분석했다.
연합군의 영상을 제공받아 전 세계 주요 방송사들도 모술 탈환전을 생중계하고 있다. 영국 지상파 방송 ‘채널4’의 경우 지난 17일 작전 개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50만명 이상이 생중계를 지켜봤다.
일각에서는 살육전을 TV로 생중계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며 전쟁을 게임화하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10-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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