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남성 구급요원 출입불허로 여대생 사망

사우디 남성 구급요원 출입불허로 여대생 사망

입력 2014-02-07 00:00
수정 2014-02-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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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쏟아지자 대학총장 “출입 제지 안 했다” 항변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대학에서 남성 구급요원의 여자 캠퍼스 출입을 불허한 대학 당국의 조치로 심장마비로 쓰러진 여성 대학원생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7일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사우드대학의 사회과학대 대학원생인 암나 바와지르는 5일 오전 11시께 여자 캠퍼스 구내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그러나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대학 당국은 구급요원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캠퍼스 진입을 바로 허가하지 않았다.

킹사우드대학은 남자 캠퍼스와 여자 캠퍼스가 따로 있는 종합대학이다.

대학 관계자는 여자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구급요원이라도 남성이라면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2시간 만에 구급차의 구내 진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바와지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현지 일간지 오카즈가 보도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많은 학생들이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병적으로 흥분해 울다가 실신했다.

바와지르의 동료 학생들은 구급요원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은 대학 관계자들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오카즈는 덧붙였다.

그러나 바드란 알오마르 킹사우드대학 총장은 이 같은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알오마르 총장은 대학 당국이 바와지르를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으며 구급요원의 학내 진입도 아무런 제지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대학의 한 관계자는 바와지르가 쓰러진 직후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구급차의 출입 허가도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히 적용해 철저한 남녀 분리 정책을 시행한다. 각급 학교에서는 남녀가 함께 배우는 것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모든 여학교에 적절한 의료 시설을 둬야 한다거나, 최소한 여학교로 출동한 구급차에는 미리 여성 구급요원을 탑승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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